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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국수집 20주년 맞은 서영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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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세에 시작해 20년이 흘러 69세가 됐습니다. 힘들었던 때도 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모든 것이 하느님의 은총임을 더 깊이 깨닫습니다.”

인천 화수동 화도언덕길 위에서 2003년 4월에 문을 연 민들레국수집(대표 서영남 베드로)이 20주년을 맞이했다. 일부러 20주년을 알리지 않았는데도 민들레국수집에는 이해인 수녀(클라우디아·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가 보내온 축하 난을 비롯해 전국에서 성직·수도자, 후원자들의 축하인사가 속속 전해지고 있다.

“지금은 주방으로 쓰고 있는 3평짜리 공간에서 6인용 식탁 하나만을 놓고 민들레국수집을 시작했어요. 하루 300명씩 허기진 배를 채우려 찾아오는 노숙 손님들을 감당할 수 없어 2008년에 바로 옆 쌀가게를 민들레국수집 식당 공간으로 고쳐 코로나19 이전까지 하루 평균 400~500명에게 식사를 대접했죠.”

서영남 대표는 자신이 ‘본업’이라고 표현하는 교정사목을 위해 목요일과 금요일에는 교도소 재소자 형제들을 찾아가고, 월~수요일, 토요일과 주일에는 20년을 한결같이 노숙인들을 ‘VIP 손님’으로 섬겨 왔다.

“코로나19로 가장 큰 고통을 받은 분들이 노숙인들입니다. 노숙인들은 지금도 코로나19에서 자유롭지 못해요. 민들레국수집에 식사하러 오는 노숙인들은 코로나19 이전의 절반 정도인 하루 200명 안팎으로 줄었어요. 자립한 분들도 있겠고, 노숙인들이 원하는 식단에 맞추기가 수월해진 면도 있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는 있습니다.”

서 대표는 민들레국수집의 지난 20년을 돌아보면서 말없이, 생색내지 않고 꾸준히 후원금을 보내 주고 있는 은인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으면서도 하느님 은총에서 가장 큰 힘을 얻고 있다고 고백했다.

“때로는 사람에게 기대거나 의지하려 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민들레국수집 운영에 한때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하느님과 저의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하느님만을 바라보니 예전에 있었던 인간적인 근심이나 걱정이 사라지고 감사와 행복이 찾아왔어요. 지금 제일 행복합니다.”

20주년을 보내는 민들레국수집은 새로운 계획이 없다. 20년 전 민들레국수집을 시작했을 때 초심 그대로 노숙 손님들을 최고로 대접하고 싶을 뿐이다.

“꿈을 이야기한다면, 노숙인들이 3~4일 정도 묵으면서 쉬어갈 수 있는 ‘환대의 집’을 운영했으면 합니다. 노숙인들도 환대를 받아야 자립능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필리핀 카비테와 나보타스에 운영하는 ‘필리핀 민들레국수집’도 더 활성화시켜서 가난한 필리핀 아이들이 어엿한 사회인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네요.”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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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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