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 일치의 여정] (3) 하느님과 하나님
2022년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회에 참여한 한국그리스도교신앙과직제협의회 회원들이 교회 일치와 인간 존엄과 정의 평화를 위해 헌신하는 모든 이들을 축복하고 있다. 주교회의 교회일치와종교간대화위원회 제공
천주교에서는 ‘하느님’이고, 개신교에서는 왜 ‘하나님’인가요?
천주교와 개신교 신자의 일치에 첫 번째 걸림돌은 신의 이름을 ‘하느님’과 ‘하나님’으로 다르게 부르는 것입니다. 신을 가리키는 히브리어 ‘엘로힘’, 그리스어 ‘테오스’, 라틴어 ‘데우스’, 영어 ‘갓’을 천주교와 개신교가 다르게 번역하는 경우는 우리나라밖에 없습니다. 천주교는 본래 가톨릭 신앙의 보편성을 뜻하는 하늘의 주인을 섬기는 종교라는 의미로 하느님을 ‘천주’로 불렀습니다. 그러나 1977년 「공동 번역 성서」가 발간되면서 이전부터 널리 사용해 온 순수한 표준어인 ‘하늘님’의 국문법적 표현으로 ‘하느님’이란 용어가 교회 안에 자연스럽게 정착된 것입니다. 우리가 바치는 주님의 기도에서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라는 호칭은 ‘하늘’이 곧 ‘유일한 분’이시며, ‘하느님’이든 ‘하나님’이든 이름에 내포된 ‘하늘’은 초월적이고 유일한 분에 대한 믿음을 고백하는 가장 겸허한 방식임을 고백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한국에 전래된 천주교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모든 사람을 영원한 생명으로 초대하시는 하느님의 보편적 구원 의지를 천명한 종교를 뜻합니다.
그런데 개신교의 경우는 선교 초기부터 천주교와 구별하여 자신들의 신앙을 전하고자 한국 사회에 만연한 보편적 신(神) 신앙과는 다른 절대적이고 초월적이며 성경에 계시된 유일한 신을 강조하여 ‘하나’라는 수사적 표현과 존칭인 ‘님’의 합성어인 ‘하나님’을 공식적인 하느님의 이름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과 하나님은 모두 그리스도교의 신, 곧 히브리어 엘로힘, 그리스어 테오스, 라틴어 데우스, 영어 갓을 번역한 것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을 이해하고 강조하는 관점에 대한 차이가 천주교와 개신교 사이에 사상적 차이를 만들기도 합니다. 개신교 목회자와 신자 중에는 하느님을 하나님으로 불어야만 한다고 강조하면서 독단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들도 있습니다. 반면에 천주교 신자들 가운데에도 전례나 대화에서 어쩌다가 하나님이라고 부르면 큰 잘못을 저지르는 것처럼 눈살을 찌푸리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러한 편견과 오해는 같은 그리스도인으로서 일치에 걸림돌이 될 수 있으니 서로 존중하고 신뢰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신부와 목사는 어떻게 되나요?
천주교에서 신부가 되는 과정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사제 양성 교령’(1965년)이 발표된 뒤 시대의 흐름에 따라 개정되어 온 「사제 양성 지침」을 따릅니다. 물론 사제 양성 과정에 지역 교회의 특성이 존중되지만, 보편 교회의 지침에 따라 매우 엄격하고 긴 양성 과정은 공통적입니다.
한국 천주교회는 현재 6개 대신학교(서울, 대구, 광주, 인천, 수원, 대전)에서 7년의 정규 교육 과정(대학 4년과 대학원 2년, 부제반 1년)과 별도로 1년의 사목 실습, 그리고 2년의 병역 의무(현역 또는 대체 복무)를 거쳐 사제 후보자를 선발합니다. 신학생은 양성 과정 중에 신학교에서 공동생활을 하며, 방학 때는 다양한 사목 현장에서 사목 실습을 한 뒤, 엄격한 성소 식별 과정을 거쳐 부제로 서품되어 성직자가 됩니다. 이어서 소속 교구장 주교나 그 권한을 위임받은 주교로부터 안수를 받아 사제가 된 다음에 성찬례와 성사를 집전하는 직무 사제직을 수행합니다.
반면 개신교는 교단의 특성에 따라 목사가 되는 과정이 매우 다양합니다. 한국 개신교의 주류 교단인 대한 예수교 장로회의 경우 일반 대학 과정(장로회 신학대학교, 4년)을 마친 다음 장로교단에서 인정하는 신학대학원(3년)을 이수하고 일정 기간 전도사 생활과 ‘목사 고시’를 거쳐 목사 안수를 받습니다. 기독교 대한 감리회의 경우 소속 대학교(감리교 신학대학, 목원대학교, 협성대학교)에서 대학 과정(4년)을 밟더라도 신학대학원(3년)을 졸업한 다음 교단의 규정에 따른 교육 과정을 이수한 뒤 목사 고시를 거쳐 목사가 됩니다.
이 밖의 다양한 개신교 교단에서는 자체 신학교를 운영하여 목사를 양성하고 있고, 외국의 신학 대학을 졸업한 다음 목사 고시를 통해 목사 안수를 받기도 합니다. 개신교의 목사 양성은 교단마다 기간과 과정이 서로 달라 통합된 교육 과정이 없습니다.
‘성직자’라고 불리는 가톨릭 사제와는 달리 장로교를 비롯한 대부분의 한국 개신교 목사는 루터의 만인 사제설을 바탕으로 목사 안수 이후에 설교와 예배를 인도하는 ‘교역자’, ‘목회자’로 불립니다. 그리고 장로와 집사들이 통상 교회의 운영을 맡는 것이 천주교와는 다릅니다.
교회 문헌 ⓒ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 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