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숙 노엘라(국제가톨릭형제회 AFI)
혼자서는 절대로 할 수 없는 운동이 있다. 짝이 있어야 할 수 있는 탁구이다. 짝이 있더라도 공을 받아서 넘길 수 없다면 이 또한 허사이다. 마을에 탁구대가 필요하다고 하니까 동생이 선뜻 선물해 주었다. 마을회관 창고의 짐들을 깨끗이 정리하고 탁구대를 놓을 공간을 마련하였다. 한 후배는 운동하면서 마실 물과 커피를 선물했다. 몸으로 마음으로 물질로 마을 분위기가 따뜻해지고 풍성해진다.
일과를 마치고 탁구장으로 간다. 선배 언니는 탁구를 처음 한다고 했다. 탁구대 위에서 공이 오가는 횟수보다 공을 주우러 가는 횟수가 더 많다. 그래도 재미있다. 어릴 때 배워서 공을 받아넘기는 수준이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놀이 중의 하나이다. 처음 탁구를 배우던 때가 기억난다. 초등학교 5학년 때, 교생 실습 온 선생님이 가르쳐 주셨다. 그때 탁구부가 생기고, 첫 가르침을 받던 우리는 이름 하여 탁구 선수가 되었다. 방과 후에 연습하고, 방학 내내 연습하여 군내 탁구 경기에도 참가했다. 탁구를 제일 잘하던 친구들이 지는 바람에 나는 경기에 나가서 라켓을 잡아보지도 못했다. 탁구를 해 본 경험 하나로 중학교 때도 학교 대표로 경기에 나간 적이 있다. 물론 그때도 앞 선수들이 지는 바람에…. 하하하….
말로만 선수였지, 내게는 탁구놀이였다. 그저 탁구공을 가지고 탁구대 위에서 노는 것이 좋았다. 그나마 또래 친구보다 잘할 수 있고 자존감이 올라가는 것이 탁구였다. 콩주머니 차기, 공기놀이, 고무줄놀이 등 모든 놀이에서 나는 깍두기였다. 제일 못하니까 늘 이편에도 끼고, 저편에도 끼여 주는 것이다. 나는 가을 운동회가 제일 괴로웠다. 운동회 때 달리기는 빠질 수 없는 필수 종목이다. 여섯 명이 달리면 늘 4등이나 5등, 한 번도 상을 타 본 적이 없다. 딱 한 번, 3등을 했다. 손님 찾기에서 엄마와 함께 달리기였는데, 다른 아이들이 과제를 푸는 동안, 엄마를 찾아서 결승점으로 뛰어간 것이다. 내 인생에서 운동회 때 받은 유일한 상이다.
후배는 탁구를 제법 잘했다. 탁구공을 경쾌하게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우리의 우정도 깊어진다. 날마다 탁구를 하고 싶으나, 함께 할 동지를 찾는 일이 과제이다. 할 만한 사람은 바빠서 시간이 없고, 어떤 이는 한 번도 쳐 본 경험이 없어서 아예 시작조차도 해 보지 않으려고 하고, 누구는 전혀 관심이 없고, 누구는 다리 아프게 그것을 왜 하느냐고 하고, 하도 답답해서 이름 모를 병으로 걷기가 힘든 한 선배님도 탁구대 앞으로 초대했다. 순발력이 있어야 하는 아찔한 순간을 경험한 후, 즐겁게 기쁘게 놀자고 한 운동이 자칫하면 넘어져서 사고 날까 봐, 다시는 탁구를 하자고 권유하기에는 무리였다.
탁구가 우리들의 마음과 생각을 엮어주는 매개체가 되기를 바랐다. 탁구 하자고 하는 밑 마음은 75세 이하 젊은이들이 함께 모여 운동하면서 몸의 건강도 회복하고, 자연스럽게 대화의 장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공간과 매개는 준비되었으니, 서로 시간을 내고 마음을 내는 일이 남아있다. 한 일터에서는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직원들이 탁구를 하고, 매년 한 번씩 탁구대회를 개최하는 곳을 보았다. 직원들의 심신도 단련되고, 단합과 협동심이 살아나는 건강한 모습이었다. 멀지 않은 어느 날, 꼬미 마을에 탁구대회가 열리는 날을 고대한다. 벗들이여, 함께 탁구 하시게요. “오시오, 우리 함께 만납시다.”(느헤 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