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팬데믹이 누그러지면서 본당들도 점차 활기를 되찾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냉담을 했다가 돌아오지 않고 있는 쉬는 교우들도 많죠.
이들이 다시 본당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손편지를 써서 보낸 본당 공동체가 있습니다.
서울대교구 세검정본당에 김형준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드디어 끝이 보이기 시작한 코로나19.
하지만 미사 시간 성전은 여전히 이전처럼 꽉 들어차진 않고 있습니다.
서울 세검정본당의 상황도 마찬가지.
코로나 이전과 비교하면 1/4가량의 신자들이 성당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본당 레지오마리애 단원들이 손편지를 쓴 이유입니다.
냉담교우들에게 편지를 보내자는 제안을 한 건 부임 2개월 차의 조신형 주임신부였습니다.
<정도연 요한 사도 / 서울 세검정본당 선교분과장>
“코로나로 인해서 침체된 부분이 워낙 심했고 또 거기에 더 얹어져서 쉬는 교우분들 같은 경우에는 더 못 나오는 상황이 되니까 이 기회에 한 번 해야 되겠다라는 제안을 주셔서 편지를 쓰게 됐습니다.”
사순시기에 보내진 이 편지에는 쉬는 교우들과 부활의 기쁨을 함께 느끼고자 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돌아올 신자들에게 하느님이 전하실 위로부터 성직자와 수도자 등 본당 공동체로부터 상처받은 이들에게 용서를 청하는 내용도 실렸습니다.
적지 않은 분량이었지만, 단원들은 성당을 떠난 교우들과 자기 자신을 돌아보며 한 자 한 자 진심을 눌러썼습니다.
<박혜숙 마리아 / 서울 세검정본당 레지오 단원>
“첫째는 하느님한테 감사하면서 그분(냉담교우)들을 하루빨리 모시고 싶은 그 마음이 앞서서 열심히 쓰고 싶었습니다.”
<송인숙 가타리나 / 서울 세검정본당 여성 꾸리아 단장>
“내가 쓰면서 내가 울컥하더라는 거예요. 내가 쓰면서 내가 감동을 하는 거야. 한 자 한 자 쓰면서 기도 같은 마음이잖아요.”
세검정본당은 판공성사표를 나눠주는 시기, 구반장들을 통해 냉담교우들의 상황을 일일이 파악했습니다.
그렇게 취합된 인원은 모두 455명.
1028자에 빼곡히 담긴 신자들의 마음은 쉬는 교우들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했습니다.
미사 시간에도 이전엔 보지 못했던 신자들이 서서히 눈에 띄고 있습니다.
<서영일 베드로 / 서울 세검정본당 사목회장>
“부활 전 미사인가 그때 말씀하시는데 (편지가) 굉장히 감동적이었다, 그 말씀을 하시면서 이제 꼭 나오실 거죠? 그러니까 ‘예’ 그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팬데믹 끝자락에 맞이한 부활시기.
모든 본당들이 쉬는 신자를 애타게 기다리는 가운데, 세검정 사제와 신자들의 사연은 큰 귀감을 주고 있습니다.
<정도연 요한 사도 / 서울 세검정본당 선교분과장>
“하느님의 따뜻한 사랑, 부활의 기쁨을 함께 좀 같이 누리셨으면 좋겠다. 빨리 돌아오십시오!”
<서영일 베드로 / 서울 세검정본당 사목회장>
“성체를 영하는 기쁨. 꼭 나오셔서 같이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CPBC 김형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