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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 수난 형상 새겨진 천주교의 십자고상

[그리스도인 일치의 여정] (4) 십자고상과 십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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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7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십자고상에 입맞춤을 하고 있다. OSV


천주교의 십자고상과 개신교의 십자가는 왜 서로 다른가요?

십자가는 그리스도교 신앙의 중심입니다. 예수님께서 인류의 죄를 대신하여 십자가를 지시고 성부의 뜻에 따라 자신을 대속의 희생양으로 바치셨고, 이로 말미암아 인류를 죄와 죽음으로부터 구원하셨다는 가장 중요한 구원의 신비가 십자가에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십자가는 본래 로마 제국에서 최고의 흉악범에게 내려지는 고통스러운 사형 틀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십자가에 매달려 돌아가신 예수님께서 죽음의 권세를 이기시고 부활하셨기에 십자가는 동시에 승리의 표징이 되기도 합니다.

전통적으로 천주교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 위에서 바치신 희생 제사를 기념하는 성찬 전례를 중심으로 신앙 공동체를 형성해왔습니다. 따라서 예수님의 최후의 만찬을 기억하고 재현하는 희생 제사가 이루어지는 제대 주위에 십자고상을 세워 두는 것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또한 천주교 신자의 신앙생활에서 십자고상은 그리스도의 수난에 동참하는 중요한 영성적 의미가 있습니다. 이처럼 천주교는 보이는 표징을 통하여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은총을 전달하는 성사(聖事)의 신비를 강조하면서 전례적 표징을 많이 사용합니다.

개신교 또한 십자가를 예배당의 중심에 두고 소중한 신앙의 표지로 삼지만, 십자가에 예수님의 수난 형상을 새겨 두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첫째, 이미 부활하신 예수님의 현존을 십자가에 두지 않으려는 부활 신앙을 고백하기 위한 것이고, 둘째, 십자가에 매달리신 예수님의 형상이 자칫 우상 숭배로 흐를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또 다른 이유로는 바오로 사도의 신앙 고백에서 “믿음은 들음에서”(로마 10,17) 온다는 신조를 강조하여 설교와 찬양을 통한 내적 회심과 성경 말씀을 듣는 신심의 형태로 발전한 영향도 있습니다.

최근 천주교에서도 문화적인 변화로 십자가를 예술적인 형상으로 제작하여 성당에 고상이 아닌 부활하신 예수님을 새겨두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교회의 규정상 미사 거행 때 제대 위나 그 주변에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의 형상을 세워 두어야 하므로, 이것이 제대 십자가를 대신해서는 안 됩니다.

한편 개신교 교파들 가운데서도 성공회와 루터교의 경우에는 십자고상을 전통으로 간직하고 있고, 천주교의 사순 시기에 해당하는 고난절을 보내며 예수님의 수난을 묵상하는 기간을 보내기도 한다는 점을 알아두면 좋겠습니다.



개신교 신자도 성지 순례를 하나요?

천주교 신자에게 성지 순례는 아주 익숙한 말입니다. 한국의 103위 순교 성인들의 발자취가 새겨진 성지가 전국 각지에 퍼져 있기 때문입니다. 성지 순례는 순교 성인들의 삶과 영성을 배우고, 그분들이 남긴 신앙의 증거를 몸소 체험하는 데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신심 생활의 중심입니다.

성지 순례는 본래 예수님의 발자취가 있는 이스라엘을 방문하여 그 흔적을 따라 순례하며 예수님께 필요한 은총을 청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사도들과 역사에서 훌륭한 영적 발자취를 남긴 성인들의 출생지와 삶의 현장, 그리고 순교의 장소를 방문하고 기도하는 것도 천주교 신앙 감각을 성장시키는 중요한 수단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개신교는 예수님의 발자취가 있는 이스라엘 성지를 방문하는 성지 순례를 하기는 하지만, 천주교처럼 성인의 발자취가 있는 곳을 순례하지는 않습니다. 개신교 신앙에는 성인을 공경하는 신심이 없기 때문입니다. 16세기 종교 개혁 이후 ‘오직 성경만으로’의 정신을 따르는 개신교는 성경에 적혀 있지 않은 가톨릭교회의 전통과 사도들의 신앙 전승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천주교에서 성인에게 구원의 전구를 청하고, 성지 순례와 보속 행위, 선행을 통하여 성화되고자 노력하는 것과는 달리,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써 그분의 공로로 구원을 얻는다고 믿는 개신교는 성인의 사적지를 방문하여 하느님께 기도를 청하는 일을 하지는 않습니다. 대신에 개신교 신자들은 선교사의 묘지를 방문하여 그들의 업적을 기리거나, 비그리스도교 지역을 방문하여 복음을 선포하는 선교 순례를 합니다.


교회 문헌 ⓒ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 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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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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