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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복음] 부활 제3주일-당신 자신이며 일상인 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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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떼어 그들에게 나누어 주셨다. 그러자 그들의 눈이 열려 예수님을 알아보았다.”(루카 23,30)

두 제자는 예루살렘에서 엠마오로 가고 있었습니다. 더 이상 예루살렘에 머물 이유가 없습니다. 희망이었던 스승이 그만 십자가형으로 죽었습니다. 터덜터덜 낙향 중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일어난 절망스러운 사태를 되짚어보고 있었을까요? 여자들이 천사를 통해 들었다는, 바로 그분이 살아계시다는 말은 또 뭔지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그때 주님이 다가와 말을 건넵니다. 그들은 주님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눈이 가리어졌다고 복음은 말합니다. 왜 눈이 가리어졌을까요?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고 근심과 걱정뿐이어서 그럴까요? 뭔가에 사로잡혀 있다면 여간해서는 제대로 보기 어렵습니다. 자기 안에 갇혀 있으면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됩니다. 그들에게 주님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없는 분입니다. 없는 분을 볼 수는 없었겠죠.



1. 알아보자마자 사라지신 예수님

예수님이 빵을 떼어 나누어 주실 때, 그들은 눈이 열려 예수님을 알아보았습니다. 그런데 주님은 홀연히 사라지십니다. 요술 게임이 아닙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뵙는다는 건 일종의 깨달음입니다. 예수님에게 빵은 그냥 빵이 아닙니다. 당신 자신입니다. 빵의 속성은 나누어지고 건네져 먹혀야 합니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있는 빵이다. 누구든지 이 빵을 먹으면 영원히 살 것이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지 않으면 생명을 얻지 못한다.”(요한 6장 참조) 제자들은 그동안 빵을 떼어 건네시는 주님을 수없이 많이 보았습니다. 5000명을 먹이신 주님 모습은 쉽게 잊히지 않습니다. 수많은 군중을 앞에 두고 배수진을 치고 하느님 아버지께 하소연하는 주님 모습입니다. 그때 나누어진 것은 단순히 빵이 아니라 당신 자신이었습니다. 최후의 만찬은 더 결정적입니다. 수난 전날 마지막 만찬 때 일입니다. 빵을 들어 감사를 드리신 다음 “이것을 받아먹어라. 이는 내 몸이다” 하십니다. (마태 26,26) 첫 번째 성찬례입니다. 우리는 미사 때, 지금도 이 예를 행하고 빵을 받아먹습니다. 그 순간 그리스도의 몸은 우리의 몸과 하나가 됩니다. 우리는 제2의 그리스도, 또 다른 그리스도입니다. 주님의 몸을 받아먹고 바오로 사도처럼 “이제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주님이 사신다”라고 고백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은 일종의 회심이고 일깨움입니다.



2. 주님이 우리 맘속에 살아있는 분으로 모셔져 있는가?

그들의 눈이 열렸는데, 주님은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지십니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 말합니다. “길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실 때나 성경을 풀이해 주실 때 속에서 우리 마음이 타오르지 않았던가!”(32절) 주님이 들려준 말씀은 처음 듣는 말씀이 아닙니다. 생전에 자주 들려주시던 말씀입니다. 그래서 ‘왜 그리 믿는 데에 굼뜨냐’고 주님으로부터 야단까지 맞습니다. 제자들 맘속에 각인된 뭔가가 있고, 빵을 떼는 행위로 그것들이 작동됩니다. 끊어졌던 기억이 연결됩니다. 주님이 들려준 말씀이 되살아났고 빵을 떼어 주시던 모습도 떠오릅니다. 주님과 함께 나눈 형제애였고 일상이었습니다. 예수님을 모르고 그분의 말씀을 듣지 못했다면 ‘나그네와 하룻밤 동숙’으로 그쳤을 것입니다.

육신의 눈에는 언제나 길가는 나그네요 이웃일 뿐입니다. 말씀을 통해 주님이 우리 맘속에 살아있는 분으로 모셔져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어느 순간 ‘주님이시다’ 하고 깨닫게 됩니다. 빵은 떼어 나누어져야 합니다. 이는 실재이면서 상징입니다. ‘아하!’ 탄성의 순간, 형체를 지닌 주님은 사라지십니다. 그러나 새로워졌습니다. 용기를 내 삶으로 들어갑니다. 두 제자는 곧바로 자리를 털고 일어나 왔던 길을 되돌아갑니다. 그들이 처한 여건은 여전히 어둡지만 개의치 않습니다. 실망과 좌절, 두려움이었던 예루살렘으로 돌아갑니다. 주님이 살아계시다는 소식을 전합니다. 그리고 다른 열한 제자와 동료들과 비슷한 체험을 서로 나눕니다. 우리도 비슷한 체험을 나눌 수 있어야 합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오늘 두 명의 제자는 바로 우리입니다. 만약 두 제자가 낯선 이와 말을 섞지 않았다면, 그의 말에 경청하지 않았다면, 저녁나절인데도 그를 맞아들이지 않았다면, 식탁에 함께 앉아 있지 않았다면, 그들은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아름다운 부활 이야기는 우리에게 전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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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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