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쑥고개본당, 고해성사 용지 활용하고 보속은 써서 줘
서울대교구 쑥고개성당 고해소 문에 비치된 청각장애인과 고령자를 위한 고해성사 용지.
청각장애인이나 귀가 어두운 고령자를 위해 서면으로도 고해성사를 거행하는 본당이 있다.
서울대교구 쑥고개본당(주임 이승민 신부)은 부활 제2주일(16일)부터 고해소에 구어로 의사소통이 어려운 신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고해성사 용지를 비치해두고 있다. 용지에 나온 십계명과 칠죄종을 읽고 성찰한 죄를 적어 제출하면, 사제가 사죄경을 바친 뒤 보속을 써서 돌려주는 방식이다.
이승민 주임 신부는 “고령의 신자 등을 위해 어떤 사목을 펼쳐야 할지 궁리하던 중 한 교우의 고민을 전해 듣고 서면 고해성사를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사순 시기를 맞아 한 신자의 어머니가 판공성사를 보고 싶어하는데, 연세가 많아 귀가 안 들리고, 말하는 것도 어려워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는 내용이었다.
이 신부는 “저도 앞서 고해성사를 하다가 제 말이 안 들린다며 본인 말씀만 겨우 하시는 어르신들을 종종 만난 적이 있어 사목적 대안의 필요성에 공감했다”며 “예전 서울 대방동본당이 청각장애인용 고해성사 용지를 만든 것을 본 기억에 착안했다”고 했다. 이어 “아직 신자들의 반응을 직접 들은 것은 없지만, 몇몇 분이 신선하게 받아들여 참여할 것으로 여겨진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본당은 고령의 신자들이 ‘신부님 강론이 잘 안 들려 아쉽다’는 호소에 지난 성주간 동안 성당의 낡은 스피커도 교체하는 등 배려에 힘쓰고 있다. 이 신부는 “간절한 마음으로 하느님을 향하고자 하는 이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에 사목자로서 안타까움이 컸다”면서 “제가 한 일들은 개인의 신체장애나 신앙생활의 어려움으로 인해 소외되는 이가 생기지 않도록 한 작은 시도이며, 이를 통해 기존 체계에서 벗어나 좀더 세심하게 교우들을 살피는 관심과 노력을 불러일으키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