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세검정본당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이 쉬는 교우들에게 보낼 편지를 작성한 후 들어보이고 있다. 김형준 기자

서울대교구 세검정본당(주임 조신형 신부)이 손편지를 통해 쉬는 교우들을 성당으로 초대하고 있다.

세검정본당의 야심 찬(?) 프로젝트는 이번 부활 대축일을 목표로 미리 기획해 시작됐다. 코로나19로 침체된 공동체 분위기를 탈바꿈하기 위해서였다. 미사에 참여하는 신자 수가 줄어들다 보니 쉬는 교우 회두에 돌입하기란 쉽지 않았다. 이에 지난 본당에서 손편지로 쉬는 교우들을 회두한 경험이 있는 조신형 주임 신부가 쉬는 교우들에게 손편지를 보내자고 제안했다.

본당은 부활 판공 성사표 전달을 계기로 쉬는 교우 찾기에 나섰다. 주소를 이전한 가정을 일일이 확인하고, 냉담 기간과 사유를 파악하며 쉬는 교우를 찾았다. 편지는 본당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이 작성했다.

손편지는 부활 대축일 2주 전부터 쉬는 교우들에게 발송됐다. 조 신부가 작성한 내용 초안을 바탕으로 레지오 단원들이 다시 옮겨 적었다. 편지로 신자들이 과연 얼마나 돌아올까 하는 염려도 있었지만,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조 신부가 미사 중 ‘편지를 받고 성당에 왔는지’를 물었더니 곳곳에서 신자들이 손을 들었다. 한 신자는 “미사 참여를 망설이던 중에 편지를 받고 관심을 기울여주신 데 대해 감동을 받았다”며 “앞으로 성당에 잘 나오겠다”고 했다. 본당은 ‘손편지 회두운동’ 효과가 더 컸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보이지 않던 이들이 많이 눈에 띄기 시작했고, 미사 참여자 수도 늘어난 까닭이다. 회두운동을 함께 준비하고 실천한 신자들에게도 신앙생활의 소중함을 전하는 과정에서 이를 다시금 일깨우는 계기도 됐다.

레지오 단원 이명옥(클라라)씨는 “편지를 쓰며 ‘내가 맡은 직책 때문에 의무적으로 성당에 나오지 않았나’하는 생각에 오히려 반성하는 계기도 됐다”고 말했다. 박혜숙(마리아)씨는 “미사에 다시 나오게 됐을 때 그 기쁨이 컸는데, 더 많은 교우들이 성당으로 돌아와 그 기쁨을 맛보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도연(요한 사도) 선교분과장 겸 남성 꾸리아 단장은 “여러 이유로 쉬고 있는 교우들이 하느님의 따뜻한 사랑, 부활의 기쁨을 함께 누리셨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송인숙(가타리나) 여성 꾸리아 단장은 “친목이든 신심 단체든 신앙생활을 오래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은 뭐니뭐니해도 교우들과 함께 본당 활동에 임하는 것”이라며 신자들과 함께하고 싶은 바람을 전했다.

서영일(베드로) 총회장은 “침체됐던 분위기가 많이 회복되고 있지만, 여전히 전에 비해 25 정도의 교우들이 나오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모두가 다시 미사에 참여하고, 성체를 모시며 주님을 만나는 기쁨을 계속 전하겠다”고 말했다.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