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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 깨치는 것보다 학습의 기초가 될 감정발달 더 중요

[김용은 수녀의 오늘도, 안녕하세요?] 18. 아이의 감정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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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의 책 읽기는 문자 읽기가 아니어야 한다. 아이에게 문자를 빨리 깨치는 것보다 평생 학습의 기초가 될 감정발달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부모가 인지할 필요가 있다. OSV

우리나라 부모라면 자녀교육만큼은 영혼까지 끌어올려 투자하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아이의 감정 상태에는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을까?

마크 브래킷(Marc Brackett)은 「감정의 발견」에서 ‘모든 학습은 감정을 토대로 한다’는 플라톤의 말을 빌려 말하면서 감정과 학습능력에는 상관관계가 매우 높다고 한다. 그런데 지나친 학습경쟁으로 학생들이 시달리고 지쳐있는 현실에서 교육은 위기라는 것이다. 세상에 태어난 아기는 생존본능에 의해 반응을 하다가 유아기에 들어 집중적으로 정서의 뇌가 발달하면서 감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감정표현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환경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마크 브래킷은 강조한다.

부모는 자녀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조바심과 불안감에 조기교육을 시작하려고 한다. 그러다 때론 훈육의 과정에서 아이의 감정표현을 억압하는 엄격한 통제나 감정을 조정하는 보상을 주고 과잉칭찬을 한다.

“아이가 영어숙제를 하다가 잘 안 돼서 막 우는 거예요. 아이 엄마는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어. 지금 넌 잘하고 있는 거야! 다시 한 번 해봐!’라고 말하는데 난 너무 안타깝고 속상하더라고요.” 아이의 할머니는 한참 뛰고 놀아야 할 나이에 영어유치원 다녀오면 영어 숙제하느라고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다고 한다. 엄마는 ‘넌 잘하고 있어!’라고 칭찬하면서 ‘다시 해봐!’라고 격려한다. 하지만 사실 이때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넌 잘하고 싶은데 잘 안 돼서 속상하다’는 감정을 읽어주는 부모의 ‘공감’일 텐데 말이다. 그러니깐 못해도 괜찮다는 심리적 안정감이 아이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누구나 처음은 힘들다’는 말은 ‘그냥 참으라’는 의미로 읽힐 수도 있어 결과적으로 아이의 감정을 조정하는 훈육이 된다.

“아이가 5세인데요. 엄마가 책을 정말 많이 읽혀요. 대신에 텔레비전 시청을 엄격하게 통제해요. 문제는 낮에 육아를 하는 할머니가 애가 보챌 땐 가끔 시간을 정해서 텔레비전 켜고 애니메이션을 보여줘요. 그런데 엄마는 그조차도 싫어해서 조부모랑 종종 갈등이 생겨요. 그런데 이렇게까지 엄격해야 하는 걸까요?”

물론 유아기에 영상미디어의 잦은 노출은 발달단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아이가 보고 싶어 하는 욕구를 무시하고 엄마가 원하는 책만 읽히려고 한다면 아이가 좋아하던 책도 흥미를 잃을 수 있다. 아이는 말이 아닌 감정으로 메시지를 이해하기 때문에 엄마에 대한 신뢰감도 떨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5세 이후의 어린이에게는 영상을 하루에 1시간을 넘지 말라고 권고한다. 단 나이에 맞는 고품질의 내용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부모가 같이 보면서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능한 스마트폰 앱은 자제하고 텔레비전으로 보는 것이 좋겠다. 이때 아이와 양육자와의 감정적 상호작용이 아이의 인지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아이들은 어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스트레스를 받고 살아간다. 어른과 달리 아이는 스트레스를 스스로 해소하는 방법을 모른다. 그렇기에 어른의 무한한 신뢰와 편안한 환경에서 감정표현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면 좋겠다. 어른의 의도대로 끌고 가려는 엄격한 통제나 지나친 과잉칭찬은 아이를 점점 더 불안하고 외롭게 만들 수 있다. 아이 안에 있는 에너지는 고갈되고 학습에 집중하기 어려워지고 심하면 정신건강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유아의 책 읽기는 문자 읽기가 아니어야 한다. 한글이나 영어라는 글자에 집중하면서 앵무새처럼 반복적으로 읽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오히려 아이의 지적 호기심은 굳어버리고, 상상의 날개를 펼칠 수 없게 만들 수도 있다. 문자를 빨리 깨치는 것보다 평생 학습의 기초가 될 감정발달이 더 중요하다. 핀란드나 일부 선진국은 7세 이전에 글자교육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고 한다. 두뇌가 미성숙한 단계의 아이가 뜻도 모르는 글자를 기계처럼 암기하고 읽는 일은 아이의 뇌에 독이 될 수도 있다. 유아의 책 읽기는 그림을 보고 책장을 넘기고 부모와 함께 읽으면서 충분히 사랑받고 있다는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활동이어야 한다. 학습도 인간관계도 모두 ‘감정’이기 때문이다.


영성이 묻는 안부

우리 아이들의 감정이 안녕한지 안부를 묻고 싶은 가정의 달 5월입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아이들이 줄어드는 속도가 너무도 빠릅니다. 아이가 없는 세상은 상상도 하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지금의 아이들만이라도 행복하게 잘 자라준다면 내일을 걱정하지 않아도 좋을 듯합니다. 어릴 적 우리는 감정에 대하여 배운 적은 없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을 좋아하면 그 과목도 좋아했고, 싫은 선생님의 과목은 흥미를 잃은 기억은 있어요. 어떤 사람은 어머니의 과도한 욕심으로 어릴 적에 공부를 열심히 하고 살았지만, 행복한 기억이 없다고 해요. 그로 인해 그는 성인이 되어서도 우울증을 겪고 있어요. 감정은 학습능력과 사람과의 관계 그리고 의사결정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데요. 감정이 우리를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게 할지 방향의 키를 잡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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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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