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흔하게 접하는 단어, ‘마약’이다. 다크웹을 통해 ‘피자 한 판 가격’으로 미성년자도 쉽게 마약을 구매할 수 있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등골이 오싹했다. 오래전 미국에서 보았던 어둠의 그림자가 우리 젊은이들에게까지 덮치고 있다는 위협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미국 유학 시절, 마약 중독자들을 쉽게 마주할 수 있었던 맨해튼의 죽음의 거리가 생각났고, 개인은 물론 가정까지 파탄에 이르게 한 몇몇 지인들의 얼굴도 떠올랐다.
10대부터 마약을 복용한 S는 지금까지 끝이 보이지 않는 지독한 고난의 터널을 걷고 있다. S는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자연스럽게 마약을 투약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공부를 잘했기에 잠깐의 일탈이라고 여겼다. 그는 미국 최고의 대학에서 법을 공부해서 변호사가 되었다. 그렇게 그는 순조롭게 잘 나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로펌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동료들과 잦은 시비가 생겼고 급기야 폭력사건으로 이어졌다. 유일하게 자신을 믿어주었던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그의 폭력성은 점점 심해졌다. 툭하면 욕을 하고 시비를 걸고 폭행을 일삼았다. 결국, 그는 회사에서 쫓겨나고 징역선고까지 받았다. 그때야 비로소 부모는 S가 마약과 알코올중독으로 인해 정신질환인 ‘조현병’ 증상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약 복용은 단순히 불법이나 약물의존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상상할 수 없는 강한 전압이 전자회로를 태워버리듯 전두엽을 훼손한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마약은 ‘인간다움’을 지켜주는 ‘전두엽’을 망가트린다. 강력한 본능의 뇌를 제어할 수 있는 기능 자체가 작동하지 않는다. 최근 마약 복용 나이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고 한다. 전두엽 기능이 아주 취약하고 미성숙한 청소년기의 마약 복용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물론 중독에 유난히 취약한 특징을 타고 난 사람이 있다. 또한, 고통에 직면할 힘이 없어 회피하는 사람 그리고 쾌락추구형도 중독에 쉽게 노출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전두엽 발달 단계에 있는 10대는 갈등을 적절하게 다루지 못하고 스트레스 해소법을 몰라 유혹에 빠지기 쉽다.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것은 많은 중독자 대부분이 가족의 돌봄과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세기 초에 마약의 중독성에 대한 유명한 실험이 있었다. 모르핀을 섞은 물과 순수한 물을 쥐에게 주면, 물 대신 마약 음료를 미친 듯이 마시다가 결국 죽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심리학자 브루스 알렉산더(B.K.Alexander)는 쥐 한 마리를 철창에 가둬둔 이 기존 실험에 대해 의문을 갖는다. 그가 경험한 마약중독 환자는 대부분 외로운 처지였기 때문이다. 그는 새로운 실험을 시도한다. 우선 한 마리가 아닌 여러 마리의 쥐와 환한 조명에 따뜻한 온도를 유지한 환경에서 많은 장난감 공을 가득 채운 ‘쥐 공원’을 만들어 중독 실험을 하였다. 그리곤 그곳에 모르핀 희석액과 물을 넣어주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대부분 쥐는 마약 음료를 마시다가도 다시 물을 마셨다고 한다. 심지어 이미 마약에 중독되었던 쥐들조차도 모르핀을 덜 섭취했다는 것이다.
알렉산더 박사는 주류학자들의 주장과는 달리 약물 자체의 문제보다 환경의 중요성을 부각했다. 그렇다면 쥐가 아닌 사람은 어떠할까? 심리학자인 애덤 알터는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에서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 병사 중 10만 명이 헤로인에 중독됐다고 한다. 재발 확률은 95였지만 예상과는 달리 안전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 중독 병사 중 단 5만 재발했다는 것이다.
최근 정부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강력한 처벌을 하겠다고 한다. 처벌만이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의 가정과 학교 그리고 사회환경이 젊은이들이 살만한 환경인지 심각하게 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청소년 마약범죄 예방은 어른들의 삶의 가치와 태도에 있다고 본다. 중독성 있는 알코올이나 담배, 스마트기기로 도피하지 않고 고통에 맞서 의연하게 극복하는 어른들의 모습이야말로 아이들의 친절한 인생 교과서가 아닐까 싶다.
영성이 묻는 안부
‘10대 마약’ 어떡하죠? 한번 복용하면 헤어날 수 없다고 해요. 절대로 그 한 번이 없어야 하는데요. 지금 성장하는 청소년들에게 우리 어른이 해야 할 것이 있어요. 현실의 어려움을 제대로 직면하고 극복하는 어른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거지요. 감각을 즐겁게 해주는 쉬운 도피처인 스마트폰이나 담배나 술이 마치 취향처럼 소비하고 있는데요. 어쩌면 우리 아이들이 배우는 이런 ‘재미’ 찾는 인스턴트식 삶의 방식이 중독성 강한 본드나 대마 혹은 마약으로 옮겨가게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