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 주말 프란치스코 교황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만났습니다.
교황은 연약한 희생자를 향한 인류의 몸짓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를 향한 규탄과 어린이 납치 문제 해결을 요청했습니다.
맹현균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인사를 나눕니다.
교황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교황은 평화를 상징하는 올리브 가지 조각과 형제애, 평화를 다룬 문서를 선물했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방탄판으로 만든 작품과 전쟁 피해 어린이를 다룬 그림을 선물했습니다.
만남은 약 40분 간 진행됐습니다.
이번 만남은 지난달 교황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비밀 중재 임무를 수행 중이라고 밝힌 다음 이뤄져 더욱 주목됐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저는 기꺼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입니다. 현재 진행 중인 것도 있습니다.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봅시다, 그것이 공개되면 자세히 설명할 것입니다."
교황청은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긴급한 사안, 인도주의적 사안, 평화를 이루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 등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교황은 가장 연약하고, 무고한 희생자를 향한 인류의 몸짓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저지른 전쟁 범죄에 대한 규탄을 요청했고, 어린이의 납치 문제 해결에 힘 써달라는 말을 전했다고 밝혔습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교황께 러시아 점령군이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상대로 저지른 범죄와 우크라이나 어린이를 납치한 것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만남 직후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피해자와 가해자는 절대 같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탈리아 방송에 나와서는 "교황을 존경하는 마음에서 말하자면 우리는 푸틴과 함께 중재를 받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두고 사실상 젤렌스키 대통령이 교황의 중재안을 거부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우크라이나는 영토를 빼앗긴 채 전쟁이 끝나는 걸 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교황은 전쟁이 지속되면서 약자의 고통이 가중된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늘어나는 인명 피해를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유럽 대륙이 군비경쟁 소용돌이에 휩싸이는 것도 우려합니다.
힘을 통한 균형은 진정한 평화가 아니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한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단순히 이분법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평화의 길을 모색하는 것입니다.
평화의 사도 교황이 향후 어떤 외교적 중재안을 도출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CPBC 맹현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