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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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도박, 디지털 원주민 10대에겐 위험한 유혹

[김용은 수녀의 오늘도, 안녕하세요?] 21. 디지털 원주민, 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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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불법도박은 즉각적인 보상을 주는 게임에 익숙한 디지털 원주민인 10대에겐 위험한 유혹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 가상의 세계에 부모와 교육자가 부재중이라는 것이다. OSV

 


아이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자신 앞에 펼쳐져 있는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생존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 부모의 말과 행동을 따라 하고 탐색하고 부딪치고 넘어지면서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이때 부모는 자신이 아는 온갖 지식과 경험을 총동원하여 자녀를 동반한다. 그러면서 아이는 세상의 질서와 규칙과 역할을 배우면서 점차 사회 공동체의 일원으로 성장한다.

그런데 아이는 이런 세상에 적응하기도 전에 빠져나올 수 없는 디지털이란 신세계의 늪에 발을 담근다. 밀레니엄 전후로 태어난 이들은 디지털 원주민이다. 부모세대는 이민자다. 아이는 부모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살아가는 법을 터득한다. 디지털 언어를 배우고 각종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하면서 친구를 사귀고 소통하는 법을 익힌다. 그러다가 관계 맺기에 실패하기도 하고 괴롭힘을 당하기도 하지만, 아이는 어른의 안내나 가르침 없이 알아서 선택하고 행동한다. 더욱이 코로나블루가 휩쓸고 간 깊은 불안이 디지털 과의존을 부추기면서 가상공간에 머무는 시간은 더욱더 늘어만 간다.

미디어 생태학자인 닐 포스트먼(Nil Postman)은 20세기 중반, 텔레비전이 어린이와 어른이라는 경계를 무너뜨리면서 아동기가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텔레비전은 어린이들에게 지나치게 성인의 개념과 행동을 접하게 하면서 상상하고 생각하는 능력마저 빼앗아 가 아동기라는 개념 자체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아동기의 소멸이란 텔레비전이 어른과 아이를 평준화시킨다는 의미일 것이다. 디지털미디어환경은 어떠한가? 아이는 어른보다 더 주도적으로 축소된 성인처럼 디지털 시민으로 살아간다. 옛 어른들은 ‘살다 보면 알게 된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 삶의 공간은 살다 보면 알 수 있는 옛날의 세상이 아니다. 적어도 가상공간에서의 아이의 과거는 어른의 현실이고 아이의 현실이 어른의 미래인 듯하다.

요즘 ‘가상’이란 말이 우리 현실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가상’이란 사전적 의미는 ‘사실이라고 가정하여 생각한다’는 뜻이 있다. 가상현실(VR), 가상부동산, 가상발전소, 가상화폐, 가상계좌 등 늘어가는 ‘가상’이란 접두어 앞에 이주민 세대들은 이방인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가상’은 디지털 원주민 세대에게는 엄연한 사실이고 강력한 현실이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게임처럼 보이는 도박 사이트에 접속하면서 온라인 도박에 빠지는 청소년이 늘어가고 있다고 한다. 호기심에 재미삼아 시작하여 도박장애의 위기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을 통한 불법도박이 확산되면서 일부 학생들은 도박자금 마련을 위해 고금리의 사채에까지 손을 댄다고 한다. 24시간 언제 어디서나 가능한 온라인 도박은 재미와 금전적 이득까지 취하는 강렬한 보상이 있다. 즉각적인 보상을 주는 게임에 익숙한 디지털 원주민인 10대에겐 위험한 유혹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 가상의 세계에 부모와 교육자가 부재중이라는 것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디지털 원주민인 어린이와 청소년이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렇다고 시시콜콜 알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들이 가상공간에서 어떤 생각으로 어떤 책임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지 애정 어린 관심과 대화가 절실하다. 필요하면 공부하고 모르면 자녀에게라도 배워야 한다. 지금 우리 청소년은 디지털환경에 의해 생각과 행동하는 방식 그리고 소통하고 세상을 경험하는 방법이 유례없는 방식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마음으로 말하기’. 올해 홍보 주일 프란치스코 교황 담화의 주제다. 작년에는 ‘마음의 귀로 경청하기’였다. 청소년의 마음에 다가가 ‘마음으로 말하고’, ‘마음의 귀로 들어줄 때’ 현실과 가상의 세상이 조금 더 가까워진다



영성이 묻는 안부

청소년 주일이에요. 디지털 원주민인 우리 청소년을 위한 평화의 기도를 함께 바쳐요. “주님, 디지털 원주민인 청소년을 평화의 도구로 써주소서. 미움이 있는 디지털 세상에 사랑을, 다툼이 있는 디지털 원주민에게 용서를, 분열이 있는 디지털 이주민에게도 일치를, 의혹이 있는 가상공간에 신앙을, 그릇됨이 있는 과잉정보에 진리를, 절망을 전하는 뉴스를 희망으로, 어둠이 있는 디지털에 빛을, 슬픔이 있는 사이버 대지 위에 기쁨을 가져오는 저희가 되게 하소서. 문자로 위로받기보다는 따뜻한 말로 위로하고, 접속으로 이해받기보다는 접촉으로 이해하며, 톡으로 사랑받기보다는 내어주며 사랑하게 하여주소서. 디지털 원주민과 이주민이 함께 행동으로 내어줌으로써 받고, 진심으로 용서함으로써 용서받으며, 자기를 버리고 죽음으로써 영생을 얻기 때문입니다. 주님, 디지털 세상에서 살고 있는 저희와 청소년을 평화의 도구로 써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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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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