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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밖에 더 하겠어! 하고 싶은 걸 하자!

[박진리 수녀의 아름다운 노년 생활] (23) 활기찬 노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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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를 살아가는 요즘 전기와 가스 없이 생활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인가가 없는 깊은 산속에서 오랫동안 오미자 농사를 지으며 자연의 섭리에 따라 관상생활을 하시던 한 수녀님은 모처럼 시내에 나오셔서 서점을 찾다가 좀처럼 보이지 않자 저에게 도움을 요청하셨습니다. 수녀님은 관구장님께 여러 번 청원을 드려 76세이신 나이에 남아메리카로 선교를 떠나기 위해 준비를 하신다고 하셨습니다. 선교지는 프랑스 식민지의 영향을 받아 대부분 불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불어로 된 동화책을 구입해서 공부를 하시겠다며 온라인으로 책을 주문해 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

“수녀님, 영어도 아니고 지금 그 연세에 불어를 배우시겠다고요?”

“나이는 중요하지 않아요. 열정이 있으니….”

“그곳의 날씨와 음식, 문화에 적응 한다는 것이 보통일이 아닐 텐데요~”

“물론 여기보다는 많이 불편할 거예요. 그러나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인데 죽기야 하겠어요? 그리고 죽으면 또 어때요~”

그동안 에이지즘(AGEISM)을 운운하면서 연령차별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해 왔으면서도 수녀님을 보고 나이에 맞지 않는 과도한 선택이 아니냐고 이야기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습니다. 언어라는 장벽 때문에 선교지로 떠난다는 것이 얼마나 힘겨울지 인간적인 생각으로 가득 찼던 저는 열정 앞에서는 나이도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수녀님을 통해서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이후로 저는 어려움 앞에 두려움이 생길 때마다 ‘죽기밖에 더 하겠어!’라는 배짱으로 용기를 내며 한 걸음 나아갑니다.

어르신들 중에는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는 열정이 있으면서도 한때 교수, 교장, 사장 등이었던 직함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계시는 분이 의외로 많습니다. 나이 때문에, 체면 때문에 마음을 접어두신 겁니다. 진정 영혼이 자유로운 분들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에 가치를 두기보다, 어떤 가치를 두고 이 일을 하고 있는지 의미를 두기 때문에 일의 종류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며 긍정적으로 활기찬 노년을 보내고 계십니다.

다양한 방법을 통해 얼마든지 활기찬 노년을 보낼 수 있습니다. 한국국학진흥원이 운영하는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는 전국 유아교육기관에 할머니가 직접 방문해 삶의 지혜가 담긴 옛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업입니다.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들은 일정기간 동안 교육을 받고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파견되어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동화를 들려주십니다. 젊은 선생님의 낭랑한 목소리만 듣다가 따뜻하고 다정한 할머니의 목소리를 듣는 아이들은 정서적인 안정을 찾기도 하고 할머니와 친숙해 지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말벗 서비스 활동을 하시는 어르신들은 거동을 하지 못하는 또래 어르신들의 가정에 방문하여 같은 세대만이 느낄 수 있는 어려웠던 시절을 공유합니다. 자녀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인생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냅니다. 어떤 어르신은 지하철 이동 택배 일을 하면서 누군가에게 소중한 물건을 전해주는 사람이라는 배달역할 이상의 의미를 부여 하면서 활기찬 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주어진 상황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작은 차이가 활기찬 노년을 보내는 중요한 요소가 되기도 하고 가지고 있는 기능을 사용하지 않아 잔존기능마저 잃어버리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노인정신의학 전문의인 와다 히데키는 저서 「80세의 벽」에서 “사람의 몸은 효율적으로 만들어져서, 사용하지 않는 기능은 퇴화하고 사용하면 활성화 된다”며 “뇌를 활성화 시키는 방법 중에 하나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즐겁고 재미있다고 느끼면 이마엽에 자극이 가 뇌가 깨어난다고 합니다. 하고 싶은 일을 참고 지루한 생활을 하면서 뇌를 위축시킬지, 활기차게 원하는 일을 하면서 뇌를 활성화시킬지, 신중하게 생각해 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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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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