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
사목/복음/말씀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노노케어에서 이어지는 노노학대

[박진리 수녀의 아름다운 노년 생활] (24) 노인 학대 예방의 날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6월 15일은 노인 학대 예방의 날입니다. 전년도 노인 학대 현황을 살펴보면 학대발생 장소는 대부분 가정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학대 행위자 1순위는 20여 년 동안 아들이었는데, 올해는 배우자가 1순위가 되었습니다. 이는 자녀와 함께 살던 가구 형태가 노부부의 가구 형태로 변화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예전에는 남성노인의 평균수명이 길지 않아 여성노인 혼자 살다가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시점이 되면 요양시설로 입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에 배우자에 의한 학대 발생이 일어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남성 노인의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노부부가 함께 생활하다가 한 사람이 노인성 질환을 앓거나 건강이 취약해지면 조금이라도 건강한 나머지 한 명이 돌봄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노인이 노인을 돌보다 보면 힘에 부치기도 하고, 치매 질환의 경우는 소통이 되지 않아 스트레스가 극도로 쌓여 학대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노노케어가 노노학대로 이어질 가능성은 앞으로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자녀들은 대부분 멀리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고 일 년에 한두 번 정도만 왕래를 하고 있어 부모가 겪는 돌봄에 대한 부담감을 잘 알지 못합니다.

노부부가 손을 잡고 쉬엄쉬엄 길을 가면서 서로의 보폭을 맞추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 걸음을 멈추고 한참을 바라본 적이 있습니다. 어떤 대화가 오고 가는 것도 아닌데, 서로의 눈빛을 보고 멈추어 섰다가 다시 걷기를 반복하며 걸어가는 노부부의 모습 속에서 배려와 사랑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상대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언제 멈추어 서고 출발해야 하는지, 상대의 마음을 헤아려 보지 않고서는 알아차릴 수 없습니다.

부부상담 중에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저 사람은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잘 몰라요. 서운했던 것을 이야기하면, 늙어서 주책이라며 제 마음을 이해하려 하지 않아요. 이런 사람과 한평생 살아온 것이 후회스러워요”라는 하소연입니다.

중년기에는 학대 행위자가 남성이고 피해자가 여성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가 노년기에 들어서면서 학대 행위자가 여성노인으로 역전이 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남편이 외도를 해도 자녀들을 출가시키고 안정을 찾을 때까지 참았던 인내가 한계에 달한 겁니다. 남편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가정에 충실하려고 하지만, 부부의 신뢰가 깨진 상황에서는 노년기의 삶이 분노로 가득 차서 정서적 학대로 이어지는 경우 또한 적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함께해 온 삶의 결말이 서로에 대한 미움과 증오로 마무리된다면 이 얼마나 안타까운 상황입니까.

얼마 전 한 남성 어르신이 상담센터로 전화하셔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한참을 울던 어르신은 평생 모은 재산으로 아들 명의의 집을 장만하여 함께 살고 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아들 내외와 손주가 냄새나는 할아버지와 살기 싫다며 나가라는 말을 자주 해서 살아있는 것이 죄인처럼 느껴진다고 했습니다. 3년 전 떠나간 아내가 너무나 그립고 살아있을 때 못 해준 것이 너무나 미안해서 눈물만 난다고 하면서 아내의 빈자리가 너무나 크게 느껴진다고 하셨습니다. 아내가 살아있을 때는 눈치 안 보고 밥을 먹을 수도 있었고, 외출하고 들어올 때도 당당하게 들어올 수 있었는데 아내가 없는 지금은 살아있는 것 자체가 괴롭다고도 했습니다.

아내가 떠나고 나서야 아내의 고마움을 알게 된 것이 너무나 미안하다는 어르신의 때늦은 후회가 가슴 아프게 다가옵니다. 부부는 살아가면서 경제적인 부분과 아이들에 대한 진로 이야기는 많이 하지만, 서로에게 도움이 필요한 노년기에 대해서는 대화를 잘 하지 않습니다. 노년기는 누구에게나 반드시 찾아오는 과정이기에 어느 한쪽이 취약한 상황이 되면 어떤 방식으로 대처하고 받아들일 것인지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것도 적극적으로 노년을 맞이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노년이 되면 본인의 뜻과 상관없이 침대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때 움직일 수 없는 처지에 우울하지 않도록 즐겁고 아름다운 날을 회상할 수 있는 추억을 지금부터라도 만들어 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어쩌면 그때 기억할 수 있는 아름다운 추억이 가장 많은 사람이 진정한 부자일지도 모릅니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3-06-13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11. 27

시편 123장 2절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실 때까지, 저희의 눈이 주님을 우러르나이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