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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복음] 연중 제11주일-호명(呼名)과 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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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께서 열두 제자를 가까이 부르시고 그들에게 더러운 영들에 대한 권한을 주시어, 그것들을 쫓아내고 병자와 허약한 이들을 모두 고쳐주게 하셨다.”(마태 10,1)

주님은 열두 제자를 가까이 부르십니다.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었을 때 얼마나 기뻤을까요? 여기에 살짝 우리 이름도 넣어봅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단어가 자기 이름 아니겠습니까? 우리는 모두 주님의 불림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호명된 영광스러운 이름자에 맞게 사랑과 순명으로 응답해야 합니다. 시인의 말을 이렇게 바꾸어봅니다. ‘주님이 내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나는 그에게로 가 그의 꽃이 되고 싶다.’ 그런데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 대답 없는 이름도 있긴 있습니다. 더구나 유다처럼 불명예의 이름도 있습니다. 그래서는 안 되겠지요.



1. 아버지께서 뽑으시어 주님께 맡겨진 이들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 그러니 수확할 밭의 주인께 일꾼들을 보내 주십사고 청하여라”(38절) 주님 당신이 호명하고 파견하시지만, 정작 뽑으시는 분은 수확할 밭의 주인이라는 것입니다. 마르코 복음은 당신 맘에 드는 이들을 가까이 불러 손쉽게 뽑은 것처럼 보이지만(마르 3, 13) 속사정은 다릅니다. 루카 복음은 사도들을 뽑기 전에 산에 올라 밤을 새워 기도하십니다. 선정 과정에 난항이 있었나 봅니다. 아마 유다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아버지, 이 친구는 안됩니다. 그러나 제 뜻대로 마시고 하느님 아버지 뜻대로 하소서.” 그리 기도하지 않으셨을까요. 결국 유다는 사도단에 편입됩니다.

요한 17장 6절을 보면 더욱 분명해집니다. “아버지께서 세상에서 뽑으시어 저에게 주신 이 사람들에게 저는 아버지의 이름을 드러냈습니다. 이들은 아버지의 사람들이었는데 아버지께서 저에게 주셨습니다.” 당신이 뽑은 열두 제자이지만, 실은 아버지의 일이고 아버지의 사람들이라는 겁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도 아버지가 뽑아 주님께 맡겨진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불명예가 된 유다처럼 그리되지 말란 법은 없습니다. 경거망동하지 말아야겠습니다. 또 한편 우리가 대면하고 함께하는 이들, 도움이 필요한 이들 모두, 주님께서 우리에게 보내신 아버지의 사람들입니다. 정중하게 대하고 끝까지 믿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원수로 여기는 이들까지 적어도 공정하게 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모두가 복음 선포 대상입니다.



2. 하늘나라, 지금 여기서부터

주님은 열둘을 파견하시면서 이민족이나 사마리아인에게 가지 말라 엄명을 내리십니다. “이스라엘 집안의 길 잃은 양들에게 가라.”(6절) 하십니다. 원래 마태복음은 유다계 신자들을 대상으로 쓰인 복음서입니다. 하지만 우리 시대에 적용한다면 거창한 그림 그릴 필요 없이 지금 여기 가까운 이웃에서부터 시작하라는 의미로 들립니다. 또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8절) 하십니다. 대가 없이 주라는 말씀이지만 역시 가지고 있는 걸 지금 나누라는 것입니다. 후일을 도모한다고 미루거나 유보해선 안 됩니다. 복잡하게 생각하면 나름의 구원계획은 독이 됩니다. 그저 파견하신 분의 뜻대로 순명하면 됩니다.

예수님은 인생 문제 해결사로 나서지 않으십니다. 사람들이 하늘나라를 받아들여 생명을 얻고 구원되길 원하십니다. 병자가 낫고 한센병 환자가 회복되는 건 그 자체 의미보다도 무엇보다 하느님 개입의 표지입니다.

하늘에도 눈물과 아픔이 있다고 합니다. 원인 제공은 하늘이 아니라 땅입니다. 이 땅에 고통받고 울부짖는 당신 자녀들을 보시고 하느님 아버지는 마음이 아프십니다. 예수님도 바로 그 아버지의 마음과 하나가 되어 애달파하시고 구원 역사에 뛰어드십니다. 열두 사도를 세우시고 우리를 불러세우시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늘나라는 사랑의 나라입니다. 최고의 사랑은 사랑하는 이를 위해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일어난다고 했습니다. 십자가상 주님과 십자가 밑에 서 계신 성모님이 그렇습니다. 하늘나라의 풍성한 소출, 하늘의 기쁨 역시 땅에 달려있습니다.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에게 힘닿는 데까지 기쁜 소식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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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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