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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연풍성지 순례

임계옥(안나, 서울대교구 암사동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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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청주교구 연풍성지로 향하는 순례길에 올랐다. 900여 명이 넘는 신자 모두가 대형버스 14대에 나눠 타고 총출동하는 큰 행사다. 코로나19 관계로 접어뒀던 성지순례를 다시 하게 돼 설렘과 기쁨이 가득했다.

오전 7시 30분에 모인 모두가 밝은 표정이 되어 차창 밖의 진풍경을 감상했다. 4월의 꽃대궐은 저만치 사라지고 아름다운 5월이 눈이 부시도록 따스한 햇살과 함께 다가왔다. 먼 산마루 아래 진초록 물결이 일렁이는 들판의 풍경 속에 예쁜 장미도 만발하였지만, 정겨운 하얀 아카시아 꽃망울들에 시선이 꽂힐 때마다 나의 학창시절이 잠시 스쳐 지나갔다.

등교길 가로수 아카시아 꽃향기를 음미하며 그 꽃을 따먹기도 했던 아슴한 기억들이 아름다운 오월의 풍경에 사로잡혀 시간 가는 줄도 모르는 채 연풍성지에 도착했다.

맑은 공기 속에 산소를 흠뻑 마시면서 신부님의 낭랑한 목소리를 들으며 미사를 봉헌했다. 성지를 둘러볼 때 대형 십자가와 동상이 세워진 모습을 봤다. 1866년 병인박해로 제5대 조선대목구장 다블뤼 주교께서 체포됐을 때, 황석두(루카)와 무명 순교자들로 피와 얼이 배어 있는 연풍성지. 형구돌 고문 속에서 처형당하신 무명 순교자들의 인내심을 본받아야겠다. 현재 우리는 얼마나 많은 복을 받은 신앙인이 아닐 수 없는지 깨달으며, 냉담하는 이 없이 열심히 하느님을 찬양하리라 다짐해본다.

소풍 다녀온 학생들마냥 즐거웠던 성지순례. 구역마다 작별 인사를 나누고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은 아마도 오늘 성지순례 때 주님께서 많은 은총을 내려주셨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졌다. 하느님 감사드립니다.




임계옥(안나, 서울대교구 암사동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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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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