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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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인 뉴스 자주 접하면 신체 예산 바닥난다

[김용은 수녀의 오늘도, 안녕하세요?] 24. 신체 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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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매 순간 수많은 폭력과 부정적인 정보를 접하며 산다. 부정적인 정보의 홍수 속에서도 세상의 따뜻한 면을 바라보고 성찰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충돌 사태가 여과없이 보도된 모습. OSV


누구에게나 예산이란 것이 있다. 우리 수녀들도 예산을 세운다. 각자 처지에 맞게 올 한해 어떻게 수입과 지출을 균형 있게 관리할 것인지 꼼꼼하게 따져본다. 무엇보다 예상 수입을 알아야 적절한 예산을 세울 수 있다. 혹시라도 뜻하지 않은 지출이 많아지면 살림에 타격을 받게 된다. 당연히 부채가 늘어나면서 고달픈 나날이 이어질 것이다.

그런데 우리 몸에도 예산이란 것이 있다. 저마다 신체적 조건에 따라 신체 예산의 규모는 다를 것이다. 하지만 한번 예산에 구멍이 생기면 아무리 장사라도 무기력증에 빠지고 만다.

심리학자 리사 펠드먼 배럿(Lisa Feldman Barrett)은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서 우리 감정은 사회와 나와 긴밀하게 상호작용하면서 만들어지는데 우울해지면 몸의 신체 예산이 부도가 난다고 한다. ‘걱정’이란 놈이 머릿속에 올라타면 ‘스트레스’라는 친구까지 합세해서 불안감을 유발한다. 그렇게 되면 뇌는 현재 가지고 있는 신체 예산을 계산한다. 걱정과 스트레스는 다른 감정에 비해 엄청나게 큰 규모의 에너지를 쏟아버린다. 그렇게 되면 뇌는 그때부터 긴축재정에 들어간다. 그리고 마음에게 경고한다. “지금부터 아무것도 하지 마! 그렇지 않으면 넌 바로 부도나고 망하고 말 거야!” 그렇기에 우울증을 앓게 되면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을 정도로 신체 예산이 바닥이 난다. 배럿은 우리의 신체 예산을 부도나게 하는 원인을 알고 싶으면 바로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모습을 보라고 한다.

우리 세상은 어떠한가? 직접 경험하지 않아도 사회 불안 요소만을 간추려 매일 뉴스로 중계된다. 코로나19, 이태원 참사, 마약, 학교 폭력, 잔인한 살인사건까지 뉴스 아이템으로 빠지지 않고 반복적으로 찾아온다. 기분 좋게 산책하려고 거리를 나가도 비하와 혐오를 부추기는 현수막이 큼지막하게 걸려있다. 때론 우리 아이들에게 어떻게 읽힐지 걱정될 정도다.

신경과학자이며 우울증 전문가인 앨릭스 코브(Alex Korb)는 “우울증 상태는 하루종일 끔찍한 뉴스만 보고 있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최근 영국에선 ‘뉴스회피자’가 압도적으로 늘고 있다고 한다. 뉴스 내용이 부정적인 데다 반복적이어서 우울감을 증폭시킨다는 것이다. 사실 뉴스는 놀라운 충격을 사람들에게 안겨주는 것을 업으로 한다. 뉴스 생산자는 사람들에게 분노와 흥분을 불러일으키는 이슈들로 먹고산다.

뇌는 의미 부여가 필요하고 평화로운 정보엔 미미한 반응을 보이지만, 과한 자극에는 예민하게 반응한다. 뇌는 생존 본능에 의해 자극적이고 강렬하고 부정적인 정보에 마음의 경보가 울리고 저절로 방어태세에 돌입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생존 위협을 느끼게 하는 뉴스는 보고 또 본다. 분명 아침에 들은 뉴스인데도 나도 모르게 검색하고 또 본다. 자신의 신념을 강화시켜주는 뉴스는 여기저기 공유하기까지 한다. 불안하니까 아군을 자꾸 모으고 싶은 생존 본능 때문에 그렇다. 그러면서 스트레스 호르몬이 증가되고 창조적 에너지는 방전된다. 신체 예산은 나도 모르는 사이 줄줄 새어 나간다.

다행히도 배럿은 ‘감정’은 사회와 작용을 하면서 만들어가는 것이기에 나 스스로 원하기만 하면 다르게 만들어갈 수도 있다고 한다. 리모델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감정이란 것은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현재를 새롭게 해석하면서 만들어진다. 부정적인 경험이 많을수록 같은 상황이 오면 좌절할 수도 있지만, 사람에 따라 부정의 상황을 기회로 삼아 더 큰 일을 해내기도 한다.

매일 쏟아져나오는 부정적인 정보 속에서도 나만의 새로운 경험을 만들 수 있을까? 안 보면 왠지 궁금하고 뭔가 중요한 것을 놓치는 것 같아 또 걱정된다. 이런 습관적인 뉴스 소비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없을까? 뉴스 범람의 시대, 부정적인 뉴스를 중독자처럼 먹어버리면 나의 신체 예산이 균형을 잃게 된다는 사실만이라도 의식했으면 좋겠다. 정해진 시간만 뉴스를 접하려는 노력, 그리고 조금은 거리를 두고 새롭게 해석했으면 좋겠다. 뉴스는 현실이 아니라 재생산해낸 상품이라 그렇다. 새로운 해석은 새로운 경험을 만들고 신체 예산은 균형을 찾아갈 것이다.


영성이 묻는 안부

신체 예산을 균형 있게 사용하려면 내 마음의 에너지를 자주 점검해봐요. 일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도 가족과 이웃과 평화롭게 지내기 위해서도 어느 정도의 신체 예산이 확보돼야 하니까요. 상황을 부정적으로 비관하게 만드는 정보로부터 거리를 두기 위해선 무엇보다 뉴스 보는 시간을 줄여야겠지요. 그리고 소소한 일상에서 평화로운 세상을 경험해요. 꽃 한 송이에도 머물러 바라봐요. 감탄하면서요. “너, 참 예쁘구나!” 이 한마디가 긍정 에너지를 충전해줍니다. 좋은 날씨에도 감사하고요. 숨 쉬고 살아있음에도, 그리고 이렇게 웃고 있음에도 감사해요! 세상을 변화시키긴 어렵지만, 자신의 변화를 위해 소소한 시작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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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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