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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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구매할 때 ‘감정소비’인가 ‘가치소비’인가 자문을

[김용은 수녀의 오늘도, 안녕하세요?] 27. 온라인 쇼핑과 ‘미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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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고 빠르게 물건을 고르고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 쇼핑에 많은 이가 시간을 할애한다. 한 번쯤 우리의 소비방식이 과연 진정으로 무엇을 위하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pixabay 제공

 


“우리 아이, 어쩌면 좋죠? 퇴근하고 돌아오면 방에서 꼼짝 않고 인터넷 쇼핑몰을 헤집고 다녀요.” 그러면서 날이면 날마다 택배가 문 앞에 쌓여 있다는 지인의 하소연이다. 다 큰 성인인 데다 자기가 벌어서 쓰는 것이라서 무엇을 어떻게 관여해야 할지 모르겠단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요즘 온라인 쇼핑에 빠져 산다. 어떤 이는 인터넷 쇼핑몰만 들어가도 생활의 활력을 느낄 정도라고 하고, 또 어떤 이는 택배 받는 즐거움이 꽤나 크다고 한다. 심지어 택배가 없는 날은 우울하다는 사람도 있다. 공허한 마음을 채워주기에 택배보다 좋은 것이 없다면서 말이다.

수많은 상품을 스크롤하면서 보는 기쁨도 크고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까지 더해지는 데다 빠른 택배로 실물을 소유한다는 만족감은 생각보다 꽤나 큰 것 같다. 그러니깐 물건이 필요해서 소비하기보다는 오늘 당장 갖고 싶은 감정을 구매하고 소비하는 셈이다. 스트레스나 공허감과 외로움이 밀려올 때 빠르고 쉽게 불편한 감정을 교체해주는 ‘소비’야말로 현대인들에겐 즐거운 탈출구다. 그러니 죽어라고 일하고, 일하느라 쌓인 스트레스를 쇼핑이나 택배를 받고 소비하면서 해소한다.

최근에 ‘미코노미’란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나를 위한 소비가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나(me)와 경제(economy)의 합성어로, 돈을 아끼지 않고 자신을 위한 소비를 한다는 의미다. 미코노미는 한동안 문화와 소비 트렌드를 이끌었던 ‘인생은 한 번뿐(you only live once)’이라며 하고 싶은 일 마음껏 하면서 즐기자는 ‘욜로족’을 연상케 한다.

소비는 즐거운 감정과 맞바꿈 한다. 스스로 생각하고 힘들게 창조해낸 즐거움이 아닌, 쉽고 빠르고 감각적인 감정이다. 코드만 꽂으면 원하는 감정이 전류처럼 흘러들어온다. 그리고 코드를 빼면 그 좋았던 감정도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오히려 소비하고 나서의 죄책감이나 후회라는 감정까지 찾아와 때론 더 우울해지기도 한다.

그렇게 되면 더 많이 더 자주 소비의 덫에 갇힌다. 쉽게 구매하면 또 쉽게 버리기 마련이다. 어렵게 구입한 물건은 귀하게 쓰고 쉽게 버릴 수 없다. 쓰고 나서도 재활용하고 또 그 쓰임새를 찾아 창조적으로 활용한다.

타임머신을 돌려보면 물건이 너무도 귀했던 그때 그 시절의 어른들은 참으로 창조적이고 지혜로운 소비방식의 삶을 살았었다. 물을 함부로 뿌려대면 “너 나중에 지옥 가서 그 버린 물 다 먹어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물 아껴쓰라!’는 교훈적인 말을 제대로 알아들을 리 없는 아이들에게 상상력을 자극해 두려움에 떨게 했던 말이다.

또 그때는 깨진 조롱박 바가지도 그냥 버리지 않았다. 커다란 대바늘로 꿰매 사용했는데 장인의 숨결과 실력이 느껴질 정도의 작품이 아니었던가 싶다. 냄비나 솥단지가 구멍이 나면 오랜 시간 계속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땜질해주는 땜장이 실력도 놀라웠다. 옷도 입다 보면 주로 헤어지는 부위가 팔꿈치나 무릎인데 곰돌이나 토끼 모양으로 털실로 짜서 덧대어 새로운 패션으로 탄생시켰다. 떨어진 속옷은 결코 그냥 버리지 않고 천의 생명이 다할 때까지 행주나 걸레로 재활용했다.

‘라때’ 타령이나 하는 것 같지만, 옛 어른들의 지혜로운 소비방식에 복고바람이 불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다. 그때는 우리나라 모두가 가난해서 생존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지금은 지구가 생존위기에 놓여있어 절약하지 않으면 안 되는 세상을 살고 있다.

기후위기 전문가인 조천호 교수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면 결국 소비방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김누리 교수는 “경제적 성장은 악이고, 발전은 몰락”이라면서 우리가 살 수 있는 길은 오로지 ‘탈물질주의적 삶의 방식’이라고 주장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구매는 단순히 경제적인 행위가 아니라 언제나 도덕적인 행위”라며 “화석연료뿐 아니라 많은 불필요한 것들의 소비를 줄여야 하는 긴급한 상황에 놓여 있다”면서 긴급한 변화를 촉구한다.

물건을 구매할 때 이렇게 묻고 싶다. ‘오늘 당장 갖고 싶은 감정소비인가?’ 아니면 ‘나와 지구에게 유익한 가치소비인가?’


영성이 묻는 안부

어릴 적에 세숫비누 하면 ‘다이알’ 비누만 있는 줄 알았어요. 우리 집도, 친구 집도, 목욕탕도 모두 ‘다이알’이었으니깐요. 여자건 남자건 피부가 여리든 좋든 상관없이 그저 세숫비누는 ‘다이알’이었지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세숫비누가 셀 수 없이 쏟아져 나옵니다. 천연비누만 해도 녹두, 그린클레이, 아로마, 녹차, 맥반석, 알로에, 치자, 황토, 이엠 비누 등 헤아릴 수 없이 개인 맞춤형으로 세분화되어 가고 있어요. 어디 비누뿐이겠어요. 각 업계에서도 소비자의 라이프 스타일과 취향에 맞춰 소비할 수 있는 상품을 너도나도 선보이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어요. 그렇게 우리가 즐기는 사이 공동의 집 지구는 생존의 위기 앞에 놓여있네요. 가난해서 생존하기 위한 그때 그 시절의 지혜로운 절약정신이 지금 공동의 집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하지 않을까요?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3-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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