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3일
본당/공동체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사목일기] 어? 수녀님 수녀복 안 입으셨네요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 며칠 전 병실을 방문하여 서울 백병원 원목 수녀입니다 하고 소개하자 어 수녀님이 수녀복을 안 입으셨네요 하며 어리둥절해 하는 환자를 만났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이런 수녀를 처음 보시지요? 라고 여쭈니 아하 그러니까 정식 수녀님이 아니신 모양이군요 하신다.

 사실 이렇게 주고받는 대화가 한두번이 아니다. 재작년 6월 병원원목을 맡게 된 이래로 병실을 방문할 때마다 환자나 그 가족들로부터 종종 듣는 얘기다.

 내가 속한 성심수녀회 수녀들은 1970년께부터 수도회 고유의 복장을 따로 입지 않는다. 우리 수도회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에 따라 다양한 세상 안에 현존하시는 그리스도를 더 깊이 체험하고자 수도회 고유한 복장을 기꺼이 포기하고 각 문화의 다양성을 수용함으로써 그리스도 안에서 일치를 더욱 강화하고자 했다. 성심수녀회가 한국에 뿌리 내린지도 벌써 반세기가 되어가지만 아직도 한국 사회에서는 대부분 사람들에게 수녀복을 입지 않은 수녀의 존재가 낯설기만 한 모양이다.
 학교나 본당 사도직과는 달리 병원 사도직은 주로 환자나 보호자를 찾아나서는 사목이다. 그리고 만나는 대상이 주로 일정 기간 입·퇴원을 반복하는 새 환자들이다 보니 방문할 때마다 늘 내가 누구인지를 소개하고 수녀님은 왜 옷을 안 입으세요? 라는 질문을 받게 된다. 또 칠팔순이 되신 노인들을 방문하는 경우 이해받기란 더욱 쉽지 않다. 미화부의 어느 아주머니는 지난해 7월 원목실이 생기던 날 내가 인사를 드리며 잘 부탁드린다고 말씀을 드렸건만 지금도 복도에서 마주치면 아줌마 라고 부르신다. 하기야 내 나이 마흔이 넘어 아줌마소리를 듣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도 마음 한 구석에 나를 수녀로 불러줬으면 하는 섭섭함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다. 수녀원에 돌아와 병원사도직을 하면서 복장과 관련하여 겪는 어려운 심정을 공동체 수녀님들에게 털어놨다. 그때 어느 수녀님의 한말씀이 내 마음 깊은 곳을 흔들었다. 그리고 며칠을 두고 그 말씀으로 기도하면서 마침내 마음의 평화를 얻게 되었다.

  수녀님은 남들이 수녀님을 수녀로 알아주는 게 더 중요한 모양이네. 수녀님 자신이 하느님 앞에 수녀로 살아가면 됩니다. 어느덧 수도원에 입회한 지 18년이다. 하느님을 열망하던 그 첫마음이 어느새 조금씩 퇴색되어 사람들 속에서 안주하며 살아가는 내 자신을 들여다보게 한 좋은 일침이었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03-12-14

관련뉴스

말씀사탕2026. 9. 3

루카 6장 35절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그에게 잘해 주고 아무것도 바라지 말고 꾸어 주어라.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