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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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복음] 연중 제16주일-부족한 자신에 대해 웃을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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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 때까지 둘 다 함께 자라도록 내버려 두어라.(마태 13,30)”

신학교에 좀 늦은 나이에 입학했습니다. 공부도 공부지만 동료들과 함께 지내는 공동생활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동료들이 아니라 소견머리 좁은 제가 문제였습니다. 밖에서는 알아차리지 못한 제 모습이었습니다. 당혹스러웠습니다. 신학교를 나가야 하지 않느냐는 고민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보게 된 바오로 사도의 로마서 편지가 저에게 빛이 되었습니다. 지금도 마음에 새기고 있는 말씀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해서는 안 될 일을 하게 되는 자신 안에 모순을 고백하면서, 좋은 것을 하기를 바라는 그 마음 바로 곁에는 악이 도사리고 있다고 말합니다.(로마 7,19 이하 참조) 저는 이렇게 마음먹기로 했습니다. 마음 안에 불쑥 악이 올라온다면, 그 옆에는 분명 사탄이 시기할 만큼 멋진 착한 마음이 있다는 것입니다. 가라지가 아니라 좋은 밀씨에 관심을 가지는 것입니다.



1. 마음 밭의 가라지와 공동체 안의 가라지

하느님은 밀밭에 원수가 가라지를 덧뿌리지 못하게 할 수는 없었을까요? 지금 내 안에 악이 도사리고 있는 인간 실존을 말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악도 어떤 의미에서는 신비입니다. 우리 존재와 딱 붙어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수확 때까지 둘 다 함께 자라도록 내버려두라 하십니다. 밀밭의 밀과 가라지는 아무리 비슷해도 근본이 다르고 조금 자라게 되면 구분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우리 마음 밭의 밀과 가라지는 추수 때까지 가봐야 판가름납니다.

수석 사도 베드로는 주님의 수난 예고에 그럴 수는 없다고 반박하자, 주님으로부터 사탄이라는 호된 질책을 듣습니다. 정말 사탄이 되고만 유다도 있습니다. 사도의 일원이었지만, 사탄의 속삭임에 넘어가 주님을 팔아넘기고 죽음의 길로 가버렸습니다. 반대로, 절체절명의 순간에 주님으로부터 구원을 약속받은 일명, 오른쪽 강도도 있습니다. 끝날 때까지 모르는 일입니다. 마지막까지 주님은 끝까지 우리가 돌아오길 기다리십니다. 끝까지 견디는 이는 구원을 받을 것이라는 말씀은 우리를 위한 당신의 인내를 말하는 것 같습니다.

공동체에는 가라지 같은 사람들이 있게 마련입니다. 그 사람만 없으면 공동체가 잘 돌아갈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가라지 같은 놈이라고 소리치기도 합니다. 그러나 소리치면 소리칠수록 정말 가라지가 힘을 받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소리치는 본인이 실제 가라지 역할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밭에 언뜻 가라지가 보여도 당황하지 말라는 교종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소돔과 고모라는 악이 넘쳐났지만, 그 악행으로 멸망하지 않았습니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의인 열 명이 없어서 지구 상에서 사라진 것입니다. 우리의 시선과 마음이 가라지가 아니라 좋은 밀씨에 가 있어야 할 이유입니다. 하여튼 지나치게 가라지에 마음을 빼앗겨서는 안 됩니다.



2. 하늘나라는 겨자씨와 누룩과 같다.

우리 주님의 하늘나라 비유는 소박합니다. “하늘나라는 겨자씨와 같다.” 소박하게 하늘나라를 선포하시는 주님이 고맙습니다. 작은 이들에게 기쁜 소식입니다. 한강 변을 걸으면 참새들을 만납니다. 재잘거리며 군무를 선보이다 재빨리 키 작은 나무숲, 풀숲에 숨어듭니다. 어떤 씨앗보다 작지만, 자라면 어떤 풀보다 커져 나무가 되어 온갖 새들이 깃들인다는 말씀을 실감합니다.

누룩의 비유입니다. 밀가루 서 말이니 꽤 큰 덩이입니다. 동네잔치에 먹을 빵을 준비하는 걸까요? 엄마의 손놀림을 바라보는 어린이 모습이 떠오릅니다. 누룩을 넣으니 크게 부풀어 오릅니다. 빵 덩이가 살아있는 듯 신기하기만 합니다. 오천 명을 먹이실 때 보여준 주님의 확신과 믿음은 어릴 적, 밀가루 반죽을 부풀리는 그 작은 누룩에서 비롯되었을지도 모릅니다.

마지막으로 어디서 본 글인데 소개하겠습니다. 요한 23세 교종의 말씀이라고 합니다. “전체를 보면서, 한쪽 눈 감고서 조금만 고친다.” 지나친 완벽을 추구하기보다 부족한 자신에 대해서 웃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작은 것에 빗대어 선포하는 하느님 나라를 더 잘 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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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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