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노드 과정에서 요청하는 경청과 대화의 자세는 ‘우리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뿐만 아니라 우리가 쉽게 무시하고 배제하려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더욱 열려 있는 것’입니다. 자신이 대화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에 대해서도 경청의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것은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마케팅과 관련해서 이런 말이 있습니다. “강한 문구는 소비자의 눈길을 끌 수는 있지만, 그들을 구매로까지 끌어내기에는 역부족입니다.” 경청의 중요성을 받아들이도록 할 수는 있겠지만, 불편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까지 기꺼이 경청하고 대화하는 시노드가 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준비가 필요해 보입니다.
우선 경청을 통해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개선되는 경험을 해보십시오. 차근차근 경청의 기술을 익히는 것이 좋겠지만, 일단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십시오. 이 과정을 통해 경청의 위력을 먼저 체험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상대방이 나의 목소리를 진심으로 경청해 준다는 것을 느끼게 되면, 그 상대방이 나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것입니다. 우선은 상대방의 목소리를 진심으로 들어주십시오. 어느 순간 나를 대하는 상대방의 목소리가 부드러워진 것을 느끼시게 될 것입니다. 경청의 힘을 체험해 보십시오. 경청은 상대의 말을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말로는 표현하지 않았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무엇인지를 살피고, 상대방에게 피드백(feedback)해 주는 것입니다.
우리는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자연스럽게 몸에 익을 때까지는 어느 정도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체중 감량을 하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극단적인 체중 감량 방법들을 택하지만 성공하는 경우는 드문 것 같습니다. 평상시에 과식을 줄이고 운동 시간을 늘리면서 체중 관리에 대한 자신감을 가진 사람들은 성공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은 것 같습니다. 경청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청에 대한 일상의 체험들이 쌓이게 되면 기꺼이 껄끄러운 상대방의 말에도 먼저 귀 기울여 주는 힘을 갖게 됩니다.
얼마 전 경청을 실천하고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가 개선되면서 인생을 새롭게 시작한 작가의 이야기를 접하였습니다. 그 사람은 바로 베스트셀러 「역행자」의 저자 ‘자청’입니다. 저자는 스스로 열등한 존재로 자신을 평가하던 시절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던 그가 우연히 책 한 권을 읽게 되었는데, 그 책은 별다른 내용이 없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책에서 알려준 대로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반응해 주었을 뿐인데,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작가는 이러한 변화가 자신의 인생을 적극적으로 살아나가는 시발점이 되었다고 고백합니다.
경청은 단순히 들어주는 것 이상입니다. 인내가 필요하고 상대방의 목소리에 집중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경청하겠다고 애써 마음을 먹었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이 나를 경계하는 태도를 보이게 되면 경청의 태도를 이어가기 어렵습니다. 그런데도 시노드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는 경청의 대화를 강조합니다. 우리가 무시하고 배제하고 싶은 사람의 목소리까지 들어야 한다는 시노드의 요구는 현실성이 없어 보이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경청을 통해서 일어나는 관계성의 변화가 상대방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에도 도움이 된다면 한 번쯤 시도해 볼 가치는 분명 있어 보입니다. 경청! 일단 시작해 봅시다.
약력 : 1. 1994년 성바오로수도회 입회 2. 1999년 2월 첫서원 3. 2005년 종신서원 4. 2008년 9월 4일 사제서품 5. 2008년 2월 미국 Seton Hall 대학 사목신학 M.Div. 6. 2019년 2월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박사학위 7. 현) 성바오로수도회 양성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