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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복음] 연중 제20주일-주님의 완력을 받아넘긴 여인의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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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그렇습니다. 그러나 강아지들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는 먹습니다.”(마태 15,27)

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이방인 여인, 가나안 여인의 믿음에 탄복하시고 그 딸을 고쳐주십니다. 어느 면에선 주님이 여인에게 한판 대결로 지신 것입니다. 여인은 어쩜 그리 여유를 가지고 예수님의 완력을 받아넘길 수 있었을까요? 여인은 한마디로 인생을 달관한 듯한 면모를 보여줍니다. 유머를 알고 해학을 아는 여인입니다. 그 믿음이 어디서 오는 것인지 살펴보게 됩니다. 로베르토 베니니의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영화에서 주인공 귀도가 떠오릅니다. 그는 어린 아들을 살리기 위해 죽음의 수용소의 험난한 상황을 ‘놀이’(게임)라고 속여 유머로 극복해냅니다.



1. 여인의 믿음은 어디서 오는가

먼저 믿음은 하느님의 은총임을 전제로 하고 말씀드립니다. 딸아이가 마귀 들린 그녀의 삶은 고통 그 자체였을 것입니다. 고통은 양면성이 있습니다. 양날의 칼입니다. 그 칼날에 베여 넘어질 수도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론 활인검이 되어 악습이나 군더더기를 잘라낼 수 있습니다. 순수해질 수 있습니다. 다이아몬드처럼 단단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여인은 주님이 자신과 딸을 싸잡아 모독에 가까운 폄하시키는 발언을 해도 끔쩍하지 않습니다. 요즘 같으면 모욕으로 여겨 고소하거나 항의할 수 있겠습니다.

여인은 아랑곳하지 않고 “주님! 그렇습니다”하며 일단 긍정으로 시작합니다. “그러나 강아지들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는 먹습니다”하며 받아넘깁니다. 여인의 태도에 주님은 화들짝 놀랍니다.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습니다. “아, 여인아! 네 믿음이 참으로 크구나”하며 당신의 패배를 인정하십니다.

여인은 딸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수모도 달게 받습니다. 사랑한다면 그 사랑하는 이를 위해 못 할 게 없습니다. 끊임없이 두드리고 기다리고 희망합니다. 그래서 여인은 감탄스러운 믿음의 사람이 되었습니다.

2. 주님의 믿음도 살아있는 생명의 나무

여인의 믿음도 놀랍지만, 우리 주님의 승복하는 모습도 경탄스럽습니다. 주님은 초창기 구원 계획을 소박하게 잡았던 것 같습니다. 당신 제자들을 파견할 때도 “다른 민족들에게 가는 길로 가지 말고, 사마리아인들의 고을에도 들어가지 마라. 이스라엘 집안의 길 잃은 양들에게 가라”(마태 10,5)고 분부하십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자비를 베풀어달라고 소리 지르는 여인에게 처음엔 한마디 대꾸도 없으시다가 나중에 오직 이스라엘 집안의 길 잃은 양들을 위해서 왔다고 분명히 선을 긋습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주님의 믿음도 살아있는 생명나무 같습니다. 당신의 하늘나라 비유 말씀처럼 자라나는 겨자씨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부터 완전한 믿음으로 완벽한 구원계획을 가지고 시작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다음은 예수님에 대한 히브리서의 증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죽음에서 구하실 수 있는 분께 큰 소리로 부르짖고 눈물을 흘리며 기도와 탄원을 올렸고 하느님께서는 그 경외심 때문에 들어 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아드님이시지만 고난을 겪으심으로써 순종을 배우셨습니다.”(히브 5,7-8)

주님도 고난을 통해서 단련을 받으셨습니다. 큰 소리로 주님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엎드려 간청을 드린 여인은 주님을 닮아 보입니다.

여인은 자신의 십자가를 사랑했습니다. 그녀에게 마귀 들린 딸은 가장 큰 십자가였습니다. 문제는 사랑하느냐입니다. 누군가를 정말 사랑한다면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황폐해지지 않습니다. 고통이 따른다 해서 사랑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사랑으로 구원됩니다. 사랑은 고통과 양립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고통을 주기 때문에 사랑하는 겁니다. 별 관심이 없는 존재가 나에게 고통을 줄 수는 없습니다. 여인은 고통을 통해서 넉넉한 품을 지닐 수 있었습니다. 여유롭고 해학을 가지고 유머로 삶을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 삶은 주위를 밝히는 빛이 됩니다. 예수님도 당신 시야를 넓혀 사해 동포적인 보편적 구원계획으로 나아가는 데 도움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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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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