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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복음] 연중 제22주일-깊이 있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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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에도 깊이가 있듯이 사랑에도 깊이가 있습니다. 사랑이 깊을수록 상대를 위해 희생은 물론 고통과 죽음까지도 감수하려는 마음이 큽니다. 부모는 자식을 위해 고통을 감내하기 때문에 부모의 사랑은 하늘만큼 높고 바다같이 깊다고 말합니다.

예수님은 깊이 있는 사랑을 실천하신 분입니다. 그분은 인간, 그것도 죄지은 인간들의 구원을 위해 기꺼이 희생하시고 십자가 수난과 죽음의 길을 가셨습니다. 하지만 제자들은 스승의 길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제자들이 마음의 준비를 하도록 당신 계획을 미리 알려주십니다. 당신이 주로 활동하셨던 갈릴래아를 떠나 수도인 예루살렘으로 가시면서 거기서 많은 고난을 받고 죽임을 당했다가 사흘 만에 되살아날 것이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이 말씀을 듣고 제자들은 큰 충격과 혼란에 빠집니다. 그들은 예수님에게서 과거 다윗과 솔로몬 임금처럼 군사적 승리와 정치적 성공을 이루는 메시아를 기대해 왔기 때문입니다. 제자들의 마음을 대변하듯 베드로가 나서서 예수님을 붙들고 ‘결코 그래서는 안 된다’고 말립니다. 이 반응에는 스승에 대한 충심도 분명 담겨 있었을 텐데, 예수님은 아랑곳하지 않고 매몰차게 내치십니다. “사탄아, 내게서 물러가라. 너는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구나!”

여기서 사탄은 예수님이 공생활을 시작하시기 전에 광야에서 만나셨던 그 사탄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때 사탄은 물질로, 권력과 영화로 백성을 휘어잡고, 자신의 명예와 이익을 위해 하느님을 도구처럼 이용하라고 예수님을 유혹하였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악마의 제안이 하느님의 뜻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보시면서 하느님의 말씀을 방패로 삼아 모든 유혹을 이겨내셨습니다. 예수님은 베드로가 승리와 성공의 메시아 상을 고집하면서 십자가를 거부하는 것은 당신의 구원 계획을 방해하려던 사탄의 유혹과 같다고 여기시면서 단호하게 내치신 것입니다.

세상은 고통 없는 사랑, 십자가 없는 영광을 원하지만, 예수님을 믿는 신앙인은 달라야 합니다. 사람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고통과 십자가를 회피하려는 현세에 동화되지 말고, 고통마저 감수하는 사랑을 실천함으로써 “우리 몸을 하느님 마음에 드는 산 제물”로 바쳐야 합니다.(제2독서) 이 길은 예레미야 예언자가 갔던 길처럼 힘들고 험할 수도 있습니다.(제1독서) 하지만 주님께서 “힘센 용사처럼”(예레 20,11) 우리 곁에 계시기에 용기를 내서 갈 수 있는 길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교황 선출 다음 날 추기경단과 함께 거행한 미사에서 하셨던 강론 말씀을 떠올려 봅니다. “우리가 십자가 없이 걷고, 십자가 없이 뭔가를 짓고, 십자가 없이 그리스도를 고백한다면, 우리는 주님의 제자가 아닙니다. 우리가 세속적이면 우리는 주교일 수도, 사제일 수도, 추기경일 수도, 교황일 수도 있지만, 주님의 제자는 아닙니다.

손희송 주교 (서울대교구 총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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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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