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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노드의 발전 Ⅲ

[한창현 신부의 모두의 시노드] (5) 중세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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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이후 한국 교회 내에서 교구 단위 시노드가 열렸습니다. 교구 시노드는 교구장 주교가 교구 구성원들의 대표자들을 소집해서 하는 회의를 말합니다. 공동체 전체 구성원이 각자의 역할을 존중하며 참석해야 하므로, 교구 대의원으로 직접 참석한 신자분들이 있으셨을 것입니다. 참여하지 못하였더라도 자신들의 의견이 시노드에 반영되는 경험은 하셨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 교회 신자들에게 시노드는 그 자체로 여전히 낯선 용어로 보입니다. 시노드를 이해하기 위해서 시노드와 공의회를 비교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우선 시노드는 교회가 직면한 문제들을 하느님 말씀에 비추어 성령께 귀 기울이어 식별하기 위해 소집된 여러 차원의 교회회의입니다. 공의회는 어원은 다르지만, 시노드와 의미 자체는 같습니다. 공의회는 시노드의 의미론적 내용을 풍부하게 해주는 용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시노드와 공의회는 특별한 구분 없이 교회 내에서 사용되었으며, 실제로 단어의 용법 자체가 구별된 것도 최근입니다.

하지만 시노드와 공의회는 중세 교회 시기를 거치면서 그 사용에 있어 실제적인 구분이 시작된 것으로 보입니다. 보편 공의회는 제국 공의회 시기를 지나 중세 교회에 이르러 서방 그리스도교 교회를 중심으로 열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이 시기에 보편 공의회는 두 가지 형태로 진행되었습니다. 우선 교황 중심의 공의회들이 등장하였습니다. 교황 중심 공의회에는 주교들만이 아니라 그리스도교계의 모든 신분이 참석하였습니다. 다만 참석자들은 교황에 대한 자문 역할만 수행하였습니다. 뒤이어 공의회 우위설을 주장하며 등장한 공의회들은 참석자들이 단순히 교황의 자문 역할에만 머무는 것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동시에 이 공의회들은 공의회 자체를 교황권을 뛰어넘는 보편 교회의 최고 의결 기구로 위치시키고자 하였습니다.

중세 교회 시기에 열린 보편 공의회의 역동성 안에서 공의회에 누가 참석할 것이며, 참석자들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그리고 누가 의결권을 가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 과정에서 보편 공의회를 중심으로 시노드와 공의회의 성격을 구분하는 토대가 마련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논의의 연장선에서 오늘날 교회에서 공의회는 의결권을 가진 보편교회 차원의 교회회의이며, 시노드는 상대적으로 교회 구성원들의 참여가 강조되는 개별 교회 차원의 자문회의로 구분될 것 같습니다.

시노드와 공의회의 기능적 구분의 토대가 마련되었다는 사실과 더불어 중세 교회는 끊임없는 신앙의 분열 시기였다는 점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중세 교회는 신앙의 도전뿐만 아니라 교회의 정체성을 고민해야 했습니다. 사실 중세 교회는 교회 역사 안에서 암흑기로 평가받기도 합니다. 사실 보편 공의회는 교황권을 중심으로 한 대립의 장이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보편 공의회는 그 자체로 교회가 함께 걷는 여정이었습니다. 시노드와 공의회의 구분은 이 여정 중에 발생한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세 교회의 모습과 현재 한국 교회가 처한 상황이 크게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현재 한국 사회 안에서 종교는 사회적 분열을 일으키는 손가락질의 대상이 되었으며, 종교는 그 필요성을 스스로 증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교회는 세상과 어떻게 대화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교회가 당면한 현실 앞에서 교회와 함께 고민하고 교회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면, 이미 그 자체로 하느님 백성이 함께 걸어가는 시노드에 참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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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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