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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마음 다스리는 수련 행위이며 삶의 전환점

[김용은 수녀의 오늘도, 안녕하세요?] 35. 독서와 기도, 그리고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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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다는 것은 생각하는 능력, 언어소화, 지각과정, 창의력, 심리발달 등 많은 과정의 행위를 거치며 감정과 인성을 배우도록 해준다. OSV



가을, 책이 읽고 싶어지는 계절이다. 하지만 ‘네트워크 중독’에 빠진 현대인들은 집중하고 몰입하는 독서가 점점 어렵다고 한다. 심지어 3분마다 무언가에 방해를 받고 있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집중력이 필요한 독서가 그 어느 때보다 쉽지 않은 세상이다. 신경학적으로 책 읽기를 통한 집중력과 지식을 확장하는 학습 과정에서 새로운 신경회로가 만들어지고, 신경망 연결의 밀도도 높아진다고 한다. 그러니깐 책 읽기 습관이 일상에 정착되기만 해도 뇌 가소성이 촉진되어 노화를 늦추고 집중력을 향상시키면서 영성 생활에도 활력을 준다는 것이다.

미래학자 리처드 왓슨(Richard Watson)은 “아이들이 집중력이 떨어지고 셰익스피어 같은 사람을 이해하는 데 어렵다고 해서 학습을 쉬운 대화형식”으로 만들거나 “특정 유형의 책들이 디지털 형태”로 바꾼다면 우리는 젊은이들에게 어떻게 깊이 있는 사고를 훈련시킬 수 있는지를 묻는다. 그의 책 「퓨처마인드(Future Minds)」에서 “교육과 인생이 지나치게 쉬워진다면 인생의 중요한 기술을 터득하지 못할 확률이 높아지고” 젊은이들은 “겉보기에는 현명한 것 같지만, 극도로 자신감이 떨어지고 있음”을 지적한다. 그렇기에 여전히 종이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리처츠 왓슨의 예측대로 쉬운 대화형식의 책이 만들어졌고 디지털 형태의 특정 유형의 책들이 나오면서 새로운 독서방식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더 이상 책은 읽는 것이어야 할 필요가 없어졌다. 스크린으로 보는 전자책은 물론 유명 연예인이나 셀럽의 목소리로 듣는 오디오북이 있다. 그리고 어려운 책을 쉽게 만나고 짧은 시간 내에 책 내용을 파악하는 채팅형식으로 만나는 ‘챗북’도 등장했다. 긴 글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지는 젊은 세대에게 클릭할 때마다 말풍선처럼 글이 나타나고 익숙한 채팅형식을 사용해서 친숙하게 책을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독서는 단순히 지식을 얻기 위한 것일까? 책을 읽는다는 것은 마음을 다스리는 수련 행위다. 독서는 혼자 한곳에 머물러 침묵 중에 사색하면서 집중하는 인내를 요구한다. 사색할 능력이 없는 사람은 일반적으로 스트레스나 신경증에 취약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자신의 내면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마음이 교란에 빠져 불안하고 초조해지기 때문이다.

독서는 무언가를 얻기 위한 실용적 도구를 넘어 느림의 사유과정을 거쳐 침묵과 어두운 고독의 터널을 뚫고 자신만의 논리를 찾아가며 깊은 사고를 키운다. 독서는 온전히 능동적인 주체로서의 인내와 사고를 필요로 한다. 읽는다는 것은 생각하는 능력, 언어소화, 지각과정, 창의력, 심리발달 등의 많은 과정의 행위를 거치면서 감정과 인성을 배우도록 해준다.

미국의 언어학자인 벤쟈민 리 워프(Benjamin Lee Whorf)는 “마음은 언어 체계에 의하여 체계화되어야 한다”고 한다. 마음과 정신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도 언어적 사고를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그러니까 독서가 단순히 ‘무엇’에 대한 ‘앎’을 넘어 의식적으로 생각과 정보를 처리하게 하고 스스로 인지하고 깨달을 수 있는 능력을 성장시켜준다. 의식을 촉진하고 작동하면서 습득된 모든 생각과 정서, 느낌과 행동과 습관을 마음에 담는다. 의식적인 인식의 활동이 활발하게 되고 무의식의 세계를 품고 생명력이 커지는 ‘마음’을 만들어간다.

소크라테스는 “약으로써 병을 고치듯 독서로써 마음을 다스린다”고 했다. 책 읽기는 집중하고 인내하면서 전체적인 뇌의 활성화를 통하여 마음과 몸을 치유하고 건강하게 해줄 뿐 아니라, 살아왔던 익숙한 일상의 습관에서 벗어나 새로운 영혼으로 거듭나게 하는 전환점(turning point)이 되어주기도 한다.

예로부터 수도자들은 독서를 통해 깨달음을 얻고 하느님 안에 머물러 쉬는 체험을 했다. 책 앞에 분주함을 잠재우고 내면으로 깊이 들어가면서 마음의 여유와 고요함을 누렸던 것이다.

올가을에는 영혼을 살찌우는 좋은 책 한 권 정독하면서 ‘아하!’ 체험으로 삶의 전환점이 되는 행복한 계절을 보냈으면 좋겠다.



영성이 묻는 안부

“묵상 없는 독서는 건조하며 독서 없는 묵상은 오류에 빠지기 쉽고, 묵상 없는 기도는 미지근하며 기도 없는 묵상은 결실이 없습니다.”(이연학)

독서와 기도, 그리고 묵상이 긴밀하게 어우러져 깊은 우정 관계를 맺었으면 해요. 갈수록 너무나 많은 정보에 노출되어 조용히 혼자 머물기 어려운 세상입니다. 그래서 책을 읽는 행위는 본능을 거스른 많은 훈련의 과정을 필요로 하나 봅니다. 중세 주교인 시리아의 아이작(issac)은 독서를 할 때마다 “침묵의 긴 시간에서 깊은 사고로부터 오는 즐거움의 물결이 전해지고 예상치 않은 기쁨이 가슴에서 일어난다”고 고백했다고 해요. 하느님을 가까이 느끼는 순간인데요. 사실 집중력이 없으면 기도를 할 수 있을까요? 기도하지 않으면 하느님의 현존을 체험할 수 있을까요? 독서하면서 기도를 배우고 기도하면서 묵상의 여백도 만들어가는 그런 행복한 신앙생활을 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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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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