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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꿈 CUM] 안성철 신부와 함께(CUM) 걷는 십자가의 길 (2)

제1처 예수님께서 사형 선고 받으심을 묵상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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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예수 그리스도님, (깊은 절을 하며)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구세주 예수님,
저희를 위하여
아무런 죄도 없이 극심한 모욕과 사형선고를 받으셨으니
죄인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영원한 벌에서
저희를 구원하소서.

예수님은 아무런 죄도 짓지 않으셨습니다. 그럼에도 우리 죄를 대신해서 사형선고를 받으십니다. 아무 죄 없는 어린양이신 예수님께서 우리들을 위해 사형선고를 받으십니다.

이 사형선고를 주도한 사람은 바리사이파와 율법학자였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권력과 권위가 도전을 받았다고 느꼈고, 그래서 예수님을 제거하기로 결정합니다. 그들은 그렇게 아무런 죄도 없는 분께 사형선고를 내립니다. 그 사형선고 앞에서 예수님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으십니다. 침묵 속에 서 계십니다.

지금 나는 어떤 모습인가요?
혹시 바리사이파와 율법학자의 모습을 지니고 있지는 않은가요? 오늘 무죄하신 예수님께 사형선고를 내리지는 않았는지요? 터무니없는 이유로 말이죠.

물론 ‘저는 예수님께 사형선고를 내리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하는 분이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어쩌면 매일 예수님께 사형선고를 내리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몇몇 사람과 잘 지내기 위해, 공동체에서 따돌림 받지 않기 위해 타인을 험담하곤 합니다. 아무런 죄 없는 이를 두고 말이죠. 또 나보다 잘났다고 여겨지는 사람을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는 일도 서슴지 않습니다. 무죄한 사람이 핍박받고 있을 때 적극적으로 나서서 변호하지도 않습니다. 이 모든 것이 바로 예수님께 십자가 사형선고를 내리는 행위입니다.

반대로, 나 또한 죄가 없는데도 다른 사람들로부터 험담을 받아 상처를 받을 때가 있습니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부당한 사형 선고를 받을 때가 있습니다. 근거가 없는 험담으로 고통 받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남으로부터 부당한 대접을 받았을 때 나의 태도는 어떠했는가요? 혹시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그 사람을 공격하거나 보복하지는 않았나요? 예수님은 십자가 위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

예수님은 극한의 고통 중에서도 우리들의 무지를 용서해 달라고 아버지께 청하십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까?

나는 과연 험담을 들을 때, 다른 사람들이 나를 폄하하는 이야기를 들을 때 과연 아버지께 그들을 용서해 달라고 청한 일이 있습니까?

죄 없는 예수님은 자신에게 사형선고를 내린 이들을 용서하십니다. 우리 또한 예수님처럼 나 자신의 상처에 연연하지 않고, 아버지의 뜻을 먼저 생각하는 의연함을 보여야 할 것입니다.

십자가의 길 첫머리는 이렇게 사형 선고를 묵묵히 받아들이고, 모든 이들을 용서하시는 예수님의 침묵 속으로 우리를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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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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