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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꿈 CUM] CULTURE ART (1)

무제(Untitled) 도널드 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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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없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제목이 ‘무제’(Untitled)다. 창작해 놓고 제목을 달지 않다니…. 무엇을 표현한 것이고, 무엇을 의도한 것인가. ‘무제’라는 제목이 의미 없음을 의미한다면, 의미 없음을 의미 있게 전달하려고 작품으로 전시한 것이 어떤 의미인가. 이 질문에 도널드 저드(Donald Judd, 1928~1994)는 이렇게 답한다.

“예술은 사물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다. 사물 자체가 예술이 되어야 한다.”

회화는 사진보다 더 자세히 사물을 재현해 낼 수 없다. 그래서 미술은 점차 추상으로 발전해 갔다. 그런데 도널드 저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추상 회화 자체도 무엇인가를 표현하는 작업이라는 것이다. 도널드 저드는 ‘무엇인가를 표현한다고 할 때 그 무엇을 인식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당연히 도널드 저드에게 있어서 창작은 무의미 했다. 시각적 새로움, 서사적 이야기, 지적인 유희, 대형 벽화 등 모든 것이 무의미했다.
 


붉은색 나무 상자 윗면에 홈을 판 이 작품은 어떤 사물을 재현한 것이 아니다. 아름다운 여인을 표현한 것도, 석양의 아름다움을 드러낸 것도, 지적인 유희를 표현한 것도 아니다. 여기에는 작가의 의도도 없고, 재현된 사물도 없다. 사물의 재현이 아닌 사물 자체가 작품이다. 이 작품은 어떤 심미적 만족감을 제공하지 않는다. 그저 사물 자체다. 그 사물 자체에 진정한 예술적 창조가 깃들어 있다.

이와 비슷한 체험을 캐나다에서 한 일이 있다. 폭풍우의 고난을 뚫고 로키산맥을 어렵게 넘어, 밴프 국립공원 내 유황(sulphur)산 정상에 올랐었다. 발 아래로 황홀함이 펼쳐졌다. 눈이 시렸다. 아름다웠다. 그때까지 나는 로마와 체코, 오스트리아, 독일 등 세계 각지를 다니며 그리스도교 신앙 유산을 탐방하고 있을 때였다. 무엇인가 ‘의미 있음’을 찾아 헤매고 다녔을 때였다.

하지만 로키산맥의 황홀한 풍경 앞에서 뭔가 뒤통수를 꽝하고 때리는 듯 충격을 받았다. 어쩌면 나는 엉뚱한 곳에서 신앙을 찾아 헤매고 다녔던 것은 아닐까. 로키가 말하고 있었다. 하느님은 이집트 시나이 산에서만 발현하는 것이 아니라고. 이 세상 모든 곳에 창조주의 숨결이 숨어 있다고…. 로키가 시나이 산이고, 시나이 산이 로키라고. 그리고 지금 우리 각자가 서 있는 땅이 모두 위대한 신적 섭리가 생생히 살아 있는 위대한 신앙 유산이라고. 나는 그 때 사물 자체에 진정한 예술적 창조가 깃들어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수 있었다.

글 _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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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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