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30일 서울대교구 구파발성당. 초겨울색이 완연한 아름다운 성당에서 갑작스럽게 애잔한 연도 가락이 흘러나왔다. 검은 정장차림으로 연도를 바치는 이들은 지난 11월23일 명동성당에서 개최된 교구 연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구파발본당 연도팀. 불협화음 하나 내지 않고 깨끗하고 맑은 이미지의 연도 화음을 빚어내자 본당 신자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이처럼 아름다운 연도 가락을 연출해낸 연도팀이 구성된 것은 불과 한달전의 일. 구자봉(안셀모 52)사목회장과 김옥자(뽀리나 51) 여성총구역장 등 사목회 임원들과 승리의 모후 꾸리아 단원들 이규원(마태오 60) 연령회장 부부 등 연령회원들에 올해 74세 고령 신숙현(마리아)씨까지 총 30명이 참여 급조됐던 것. 게다가 이번 교구 연도대회에 참가한 14개팀 중에서 가장 노령팀(?)팀이어서 입상은 기대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사실은 교구 연도대회에서 등외로 밀리지나 않을까 싶어 걱정이 컸는데 뜻밖에 최우수상을 차지했지요. 하지만 수상도 수상이지만 익숙하지 않은 우리 가락이 담겨 있는 새 연도를 함께 배우면서 응집된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것에 더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구자봉 사목회장)
이번 연도대회에 참가하기까지에는 어려움도 많았다. 참가단복도 마련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인근 화훼단지에서 농사를 짓는 신자들이 많아 밤에 모여 연습할 때는 꾸벅꾸벅 졸기가 일쑤였고 그럴 때마다 이들을 서로 옆구리를 쿡쿡 찔러가며 연습을 거듭했다고 한다. 또 악보를 읽지 못하는 할머니를 위해 교구에서 실시하는 연도교육을 먼저 받은 이현주(안나 44)씨는 어머니같은 할머니들에게도 스스럼없이 스파르타 교육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조신형 주임신부는 화훼농사를 지으며 피곤한 몸을 이끌고 연도 연습에 열심을 보여준 연도팀에 치하를 드리고 싶다 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