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노드는 교회 지도자가 홀로 사목적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이 함께 고민하여 도출한 결과를 존중하며 권위 있는 지도자가 최종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교회 고유의 의사결정 과정입니다. 시노드는 부활하신 주님의 인도 아래 하느님 백성 전체, 그 다양한 구성원이 책임감을 갖고 협동하며 공동성을 위해 다양한 은사와 직무를 행하며 함께 걸어가는 여정입니다. 시노드는 교회의 여러 가지 회의 절차 중의 하나가 아닙니다. 교회는 처음부터 함께 하는 길이었고 지금도 ‘함께 걷는’ 시노드의 여정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노드의 정신은 구체적으로 교회를 실현하는 방식이 됩니다.
세계주교시노드는 각각의 회기마다 당시 교회가 함께 숙고해야 할 사안들을 주제로 삼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미 가정과 청소년을 주제로 세계주교시노드를 소집하였습니다. 현재 열리고 있는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는 ‘시노드 정신’ 자체를 주제로 삼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시노드는 하느님 백성이 시노드 여정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교회의 본질을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하느님 백성은 ‘경청’과 ‘대화’의 자세로 시노드에 참여하고 성령의 소리에 귀 기울여 식별하게 됩니다. 과거의 주교시노드가 정적인 행사의 성격이었다면 이제는 시노드 정신에 따라 하느님 백성 전체가 함께 걸어가는 과정 자체를 체험하는 시노드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시노드 정신의 실현과 하느님 백성의 참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노드에 대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접근 과정을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우선 프란치스코 교황은 시노드 과정에서 기탄없는 의견 제시를 강조해 왔습니다. 재임 초기부터 시노드의 경직된 분위기를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정과 청소년을 주제로 했던 이전의 세계주교시노드에서 실제로 현대의 가정들이 어떠한 삶을 살아가고 있으며,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구체적인 현실의 어려움이 무엇인지를 직접 듣고 이를 있는 그대로 시노드 여정에서 함께 식별하고자 하였습니다. 실제로 첨예한 대립이 예상되는 문제들이 시노드 과정에서 다루어졌습니다. 몇몇 사안은 교회의 분열이 우려될 정도였습니다.
이와 더불어 프란치스코 교황은 모든 이가 참여해 누구든 소리 내어 말하는 것이 시노드 핵심이라고 보았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시노드 과정에서 하느님 백성의 지혜가 드러나는 과정은 인내와 노고가 요구되며, 서로가 서로에게 귀를 기울이고 성령께 귀 기울이는 여정은 그 자체로 교회의 구성적 차원이라고 강조하였습니다.(2015년 10월 17일 주교 시노드 설립 50주년 개막 연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하느님과 함께 하느님 백성의 부르짖음을 듣고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요청하시는 것을 듣는 교회의 역동성 안에 모든 하느님 백성이 참여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21세기 가톨릭교회는 여러 가지 차원에서 쇄신의 요구를 받고 있습니다. 이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에 따라 교회의 모든 구성원이 교회의 사명 안에서 함께 걸어야 함을 강조합니다.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를 통해 하느님 백성은 서로 경청하고 함께 식별하는 과정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이가 용기와 담대함으로 발언하고, 이를 통해 진정한 자유와 진리, 사랑이 어우러질 때, 대화는 더 이상 침묵과 고통을 포함하는 인내의 과정이 아닙니다. 하느님 백성은 편견 없이 열린 마음과 정신으로 상대방을 경청하는 시노드 체험을 통해 진정한 쇄신의 여정으로 초대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