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은 담대하게 말하고 겸손하게 경청하는 시노드 정신을 통해 정태적인 시노드 방식의 변화가 가능할 것이라 보았습니다. 시노드에 대한 이러한 교황의 기대는 교회 쇄신의 차원에서 설명될 수 있습니다. 선출 직후 프란치스코 교황은 「복음의 기쁨」(Evangelii Gaudium, 2013)을 통해 복음화를 위한 선교 사목적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교황은 신앙-교리 중심의 틀에서 벗어나 세상에 나아가 주저하거나 망설이지 않고 두려움 없이 복음을 선포하는 교회로 거듭나야 하며(23항), 이를 위해 교회의 구체적인 쇄신을 요청하였습니다.
직무에 도움 될 제안에 늘 열려있을 것
우선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직에서부터 쇄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습니다. 「복음의 기쁨」 32항에 따르면, 교황직과 보편 교회의 중앙 조직들이 사목 개혁의 요청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로마 주교로서 교황의 의무는, 예수 그리스도의 뜻과 복음화의 현실적 요구에 충실하기 위해서 자신의 직무 수행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여러 제안에 늘 열려있는 것입니다. 교황의 이러한 개방성은 세계주교시노드와 관련해 시노드 과정에서 교황이 어떤 생각을 할지 고려하여 발언을 주저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한 배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뒤처진 이들에 대한 격려와 경청
이어 교황은 「복음의 기쁨」 31항을 통해 주교들에게 요구되는 쇄신의 모습을 제시합니다. 주교들은 역동적이고 개방적이며 선교적인 친교를 증진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주교들은 앞에 나서서 방향을 제시하고 희망을 북돋아 줄 때도 있지만, 때로는 뒤로 물러서서 뒤처진 이들을 돌보고, 이들이 스스로 새로운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따라서 주교들은 자신이 듣고 싶어 하는 말만 해주는 일부의 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말을 귀담아들으려는 열망으로 여러 형태의 사목 대화들을 장려하고 발전시켜야 합니다. 뒤처진 이들에 대한 격려와 경청은 바로 시노드가 지향하는 대화의 태도입니다.
안이한 태도에서 벗어나야
「복음의 기쁨」 33항은 교회에 필요한 쇄신은 교황과 주교에게만 요구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백성 전체가 함께 고민해야 할 대상이라고 설명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늘 이렇게 해왔으니까’라고 말하는 안이한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언급합니다. 이어 교황은 각 공동체가 복음화를 위해 가지고 있던 기존의 목표와 조직, 또는 양식과 방법을 과감하고 창의적으로 재고하고, 구체적으로 목표를 성취할 수 있는 실현 가능한 방법들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은 모든 사람이 두려움 없이 용기 있게 참여하며, 언제나 형제자매들이 의지하며 함께 걷는 여정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역설합니다. 이러한 복음화의 과정들이 가시적으로 실현되기에 적합한 제도가 바로 시노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복음화의 출발점, 자비와 사랑의 체험
시노드 정신에 따른 담대하게 말하기와 겸손하게 경청하기는 교회 쇄신의 과정에서 지속해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더욱이 프란치스코 교황이 강조하는 복음화는 경청으로부터 시작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복음을 전하는 공동체는 아버지의 자비와 그 무한한 힘을 경험하였기에 자비를 베풀려는 끝없는 열망을 지니고 있습니다.(「복음의 기쁨」 24항) 하느님 아버지의 자비와 사랑의 체험이 복음화의 출발점이며, 이러한 체험은 경청을 통해 가능합니다. 존중과 사랑에 넘치는 경청에서 출발할 때, 우리는 그리스도인의 이상인 하느님 사랑에 온전히 응답하려는 열망을 일깨울 수 있으며, 하느님께서 우리 삶에 뿌리신 씨앗의 열매를 맺으려는 갈망을 일깨울 수 있습니다.(「복음의 기쁨」 171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