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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복음] 연중 제33주일-작지만 비범한 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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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였다. 착하고 성실한 종아! 네가 작은 일에 성실하였으니 이제 내가 너에게 많은 일을 맡기겠다.”(마태 25,21)



한강 변 들판은 하루가 다르게 색이 바래고 성기어만 갑니다. 그러나 작은 풀꽃들은 강한 생명력을 보입니다. 토끼풀과 민들레입니다. 땅바닥에 깔린 토끼풀들은 서로 힘을 보태 더욱 푸르게 작은 숲(군집)을 이룹니다. 민들레는 봄철보다 더욱 낮게 땅바닥에 깔려 꽃을 피우고 순식간에 장대처럼 쑥 키를 키워 그 위에 둥근 모형의 씨 뭉치를 올려놓습니다. 마치 지구를 들어 올린 형국입니다. 작은 풀꽃의 힘찬 모습입니다.



1. 작은 것의 영성

얼마 전, 요셉의원에 미사를 하러 갔습니다. 선우 요셉 선생님의 체취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노숙인 같은 가난한 이들을 진료하는 일을 소명으로 여기셨습니다. 결혼하지 않았지만, 자녀가 많았으니 바로 옹골진 구석이 없는 노숙인들이었습니다. 그분의 영성은 작년에 시성(諡聖) 되신 샤를르 드 푸코 성인의 작은 이의 영성입니다. 푸코 성인은 주님을 따르기 위해 나자렛의 가장 작은 자로 남길 원하셨습니다. 푸코 성인이 사하라 사막에서 가난한 무슬림들의 형제로 사셨다면, 선생은 도시의 광야에서 노숙인들과 같은 작은 이들을 형제로 받아들이셨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앞선 두 종에 대해 주인이 칭찬하는 말마디는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습니다. “작은 일에 성실했기에 많은 일을 맡기고 주인과 함께 기쁨을 나누라는 겁니다.” 작은 것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 됨됨이도 운명도 결정됩니다. 무릇 작은 것에서 큰 것이 나옵니다. 독일 경제학자 E. F 슈마허는 자신의 저서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서 인간이 보이는 경제를 얘기하며 거대해진 현대사회의 문제를 지적합니다. 경제 논리에서 작은 것을 예찬하다니 선견지명이 놀랍습니다.

우리 신앙의 세계에선 더 말할 나위도 없을 것입니다. 소화 데레사 성녀는 사랑의 마음으로 감자를 깎는 것이 웅장한 성전을 짓는 것보다 하느님을 더 기쁘게 해드린다고 했습니다. 우리 주님은 왕궁이 아니라 마구간에 태어나셨고 구유에 포대기로 싸여 세상에 오셨습니다. 역설적으로 세상 모든 이의 구세주임을 웅변적으로 보여줍니다.



2. 용기 있게 삶을 던져야

“가진 자는 더 받아 넉넉해지고, 가진 것이 없는 자는 가진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29절) 빈익빈 부익부를 옹호하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주님은 이렇게 말씀하실 것 같습니다. ‘얘야! 넉넉해지고 빼앗기는 것이 어디 돈(탈렌트)뿐이겠느냐? 용기가 있느냐? 넌 용기 대신 핑곗거릴 찾았구나. 너는 나의 사랑을 왜곡했다. 믿음으로 삶을 던질 용기가 없다면 가진 것마저 빼앗기고 만다. 나를 모진 사람으로 여겼다면 그리 대접받을 수밖에 없구나. 작지만 힘을 보태는 토끼풀들을 보아라. 성실하게 꽃을 피우는 민들레는 대롱 끝에 지구별을 달고 있지 않으냐. 난 작은 겨자씨 안에 하늘나라를 숨겨두었다.’

바오로 사도는 모든 것이 다 여러분의 것이라며 우리야말로 하느님의 자녀요 상속자임을 말합니다.(1코린 3, 21-23 참조) 그렇다면 하느님의 뜻대로 우리 자신을 던질 필요가 있습니다. 이사야 예언자는 고난 가운데에서도 성실하게 인생길을 펴는 하느님의 종을 소개합니다. 성실은 용기와도 통합니다.

세계 가난한 이의 날입니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자선의 날이 아닙니다. 교종께서는 가난한 이들을 교회 여정의 중심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복음의 기쁨」 198항) 이스라엘 쪽에 사시는 푸코 신부님의 영성을 따르는 ‘예수의 작은 자매들의 우애회’ 수녀님에게서 들은 얘기입니다. 가난한 이슬람 형제를 돕는 것을 4번째 서원이라 할 정도로 중요시한다는 것입니다. 작고 소박한 지향이지만 비범합니다. 이 시대, 전염병처럼 번지는 증오와 참혹한 분쟁을 끝낼 수 있는 길입니다. 우리와 다른 종교, 문화, 민족도 존중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보편적 형제애’는 작은 것을 소중히 여기는 그 마음에서 비롯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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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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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 43장 4절
저는 하느님의 제단으로, 제 기쁨과 즐거움이신 하느님께 나아가오리다. 하느님, 저의 하느님 비파 타며 당신을 찬송하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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