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노드’라는 단어의 어원은 하느님의 백성이 함께 걸어가는 것을 가리킵니다. 어떤 경우에는 교회 공동체와 거의 동의어로 사용되었습니다. 이러한 ‘시노드’라는 단어는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초세기부터 교회가 직면한 문제들을 하느님의 말씀에 비추어 성령께 귀를 기울이면서 식별하고자 교구, 관구 또는 지역, 총대교구, 세계 등 여러 차원에서 소집된 교회의 집회들을 지칭하는 데 사용되어 왔습니다. 교회 역사 안에서 ‘시노드’라는 용어가 특정 집회(시노드 회의 혹은 공의회)를 지칭하는 데 주로 사용되었지만, 시노드의 정신은 함께 걸어가는 데에서, 회중의 모임을 통해서, 그리고 하느님 백성 전체가 복음화 사명에 능동적으로 관련되고 참여하는 과정에서 교회가 친교를 드러내는 것입니다.
시노드를 특정한 시기에 고유한 목적을 가지고 진행되는 일회적인 활동 절차로만 인식하는 것은 시노드 정신을 축소하는 것입니다. 시노드의 원형인 예루살렘 공의회에서 드러난 것처럼 시노드는 교회에 대한 도전 앞에서 공동체적이고 사도적인 식별을 행하는 것이며, 성령 안에서 그리스도와 이루는 친교라는 교회의 본질 자체를 드러내는 표현입니다. 이러한 시노드에 담긴 정신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과정에서 하느님과 결합되고 그리스도 안에서 형제자매들과 일치하는 가운데 자신을 내어주는 친교를 살아가게 됩니다. 시노드 정신의 이러한 특징은 교회 안에서 친교를 통해 그리스도와 일치하도록 부름 받은 인간의 소명을 구체적으로 드러냅니다.
함께 걸어가는 하느님의 백성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러한 시노드 정신의 중요성에 대해서 지속해서 강조해 왔습니다. 특히 교황은 시노드 운영의 경직성을 지적하고, 시노드 정신이 구체적인 실천이 없이 막연한 개념적 차원에서 머무는 것을 경계해 왔습니다. 이를 위해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를 통해 교황은 특별히 담대하게 말하고 열린 마음으로 경청하는 태도를 강조하였습니다. 시노드 정신의 실천과 관련하여 교황이 강조하고 있는 말하기와 경청의 의미를 자세히 살펴보는 것은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우선 담대하게 말하기와 관련하여 자신의 목소리를 담대히 말하는 데 주저하는 이들이 누구인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시노드의 피해야 하는 태도 중에는 교회 활동에 속한 이들의 목소리만 경청하려는 유혹이 있습니다. 이는 역설적으로 교회 활동에 속하지 못한 이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이와 관련하여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리의 모든 형제자매, 특히 가장 작은 이들, 가장 약한 이들, 힘없는 이들, 궁핍한 이들 가운데서 바로 하느님의 모습이 발견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61항)
친교를 통해 그리스도와 일치
시노드는 하느님의 활동에 대한 증언과 서로의 판단을 교환하여 서로 함께 성령의 뜻에 귀 기울이고, 합의를 통해 교회의 복음화 사명을 위한 공동체적 식별을 목적으로 합니다. 따라서 시노드는 우선적으로 하느님 활동에 대한 증언을 들어야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장 작고 약한 이들에게서 바로 하느님의 모습, 즉 하느님 활동을 발견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시노드는 바로 이들이 담대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약하고 힘없는 이들은 담대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데 익숙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진심으로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려 한다는 것을 그들이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경청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