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면서 여러 가지 색의 행복감을 느낀다. 예를 들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날 때의 행복감, 음악이나 운동을 하면서 느끼는 행복감 등이다. 나는 이번 카프지앵 활동으로 이제까지 느껴보지 못한 다른 색의 행복감을 느꼈다.
‘카프지앵? 이게 뭘까?’ 주보를 보다가 우연히 ‘제10회 가톨릭영화제, 카프지앵 모집 안내’ 공고를 발견했다.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카프지앵’은 가톨릭영화제의 영어 약자인 CaFF(카프)와 사람을 나타내는 프랑스어 sien(지앵)의 합성어로, 가톨릭영화제에서 재능기부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는 이를 호칭하는 말이었다.
올해로 10회를 맞은 가톨릭영화제는 10월 26~29일 서울 충무로 대한극장에서 열렸다. ‘믿음이 더 생기니 이런 것도 눈에 들어오는군’하며 신청했고, 4일 동안 자원봉사에 임했다.
‘함께 걷는 우리(Walking Together)’라는 주제로 미움과 분열에서 벗어나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공동선을 영화 안에서 찾는 의미 있는 영화제였다. 특히 좋았던 점은 가톨릭 영화제이긴 하지만, 상영된 51개의 영화 중 종교 영화는 2~3개 정도였고, 대부분이 일반 영화였다는 점이다. 요즘 영화들이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데 반해 따뜻하고 포용적이며 공동체 삶을 추구하는 영화들이었다.
영화제 위원장님이신 조용준(니콜라오) 신부님의 열심히 일하시는 모습, 25명의 카프지앵들과 소통하며 서로 격려하는 따뜻한 모습에서 4일간 즐겁게 봉사할 수 있었다.
자원봉사를 하며 ‘누군가를 행복하게 하는 일은 결국 내가 행복해지는구나’를 느꼈다. 또 “하느님의 은총으로 지금의 내가 되었습니다.”(코린 15,10)란 말씀처럼 내가 카프지앵 활동을 하도록 하느님께서 건강, 시간, 기회를 주신 것에 감사함을 느꼈다.
4일간의 행복감으로 꿈을 꾼 것 같고,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려 하니 그 충만함으로 한동안 꿈에 취해 지낼 것 같다. 2024년 제11회 가톨릭영화제 주제는 ‘조화로운 삶(Good Life)’인데, 내년에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