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꿈 CUM] 귀향 (1)
반월성 성당
49년 만에 경기도 이천 반월성 성당에 돌아왔다.
어린 시절 상경해 직업 군인의 길로 들어선 지 38년, 예편과 동시에 일말의 고민도 없이 달랑 컨테이너 하나 들고 고향으로 내려와 집을 짓기 시작했다. 서울에 올라간 어린 시절 내내 꿈을 꾸면 친구들과 뛰놀던 시골길과 어머니 손을 잡고 가던 반월성 성당의 풍경이 펼쳐졌다. 매일 아침, 아직 온기가 남은 그리움을 가슴속에 깊숙이 묻어야만 했다.
전역하면 반드시 고향으로 돌아오리란 생각은 켜켜이 쌓여 단단히 굳어졌고, 군복을 벗자마자 이천으로 돌아와 집을 짓고 농사를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성당에서 봉사직을 맡으라는 제안에 깊은 고민을 했다. 참으로 무거운 마음으로 양해를 구하고 좀 더 현업에 시간을 할애하기로 했다. 사실 고향에 내려온 가장 큰 목적이 모교와 성당에서 봉사를 하며 고향에 조그마한 보탬이 되는 것이었는데, 아직 때가 이르다는 생각에서 취한 선택이었다.
갑작스레 이해일 베드로 신부님이 방문하셨다. 1998년 신부님이 잠시 군종 신부로 계셨을 때 아내가 성모 회장을 지내며 인연이 닿았는데, 안식년을 맞아 충주, 상주, 부산, 목포를 거쳐 이시돌 목장으로 가시는 순례길에 예고 없이 들러주신 것이다.
3년 전 농업법인 ㈜일팔구삼을 설립하고 햇사레 복숭아, 포도, 사과, 이천쌀, 꿀 등을 농작하고 유통하며 전쟁하듯 지내온 날들을 말씀드리고, 법인이 직접 운영하는 정미소로 신부님을 모셔 들녘의 벼를 들여와 건조하고 보관했다가 도정하는 과정을 보여드렸다. 쌀 한 포 실어드리니 표표히 떠나가시는 신부님의 뒷모습에 나지막이 기도드렸다. ‘주님, 농업법인을 통해 신부님의 사목에 일조하도록 저에게 지혜와 용기를 주소서.’
귀농 후 지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염려가 직업 군인 출신이 세파 속에서 사업을 경영해 나갈 수 있겠냐는 것이었지만, 나는 진실로 티끌만큼의 두려움도 없다. 신앙에 임하는 자세로 사람을 정성껏 대하고, 거짓 없이 정직하게 사업을 운영하기만 한다면, 늘 그랬던 것처럼 주님께서 나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주시리라 굳게 믿기 때문이다.
글 _ 류성식 (스타니슬라오, 전 육군 부사관학교장)
1979년 소위로 임관한 후, 2012년 제30기계화보병 사단장, 2013년 육군본부 인사참모부장, 2014년 육군 부사관학교장을 지냈으며, 2017년 전역했다. 이후 귀향해 농업법인 (주)일팔구삼을 설립, 햇사레 복숭아, 포도, 사과, 이천 쌀, 꿀 등을 농작하고 유통하고 있으며, 지역 사회를 위한 율면 장학회를 설립하는 등 행복한 제2의 인생을 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