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꿈 CUM] 수도원 일기 (5)
수도원의 아침 기도는 6시에 시작된다.
6시에 성무일도 기도를 함께 바치고 성무일도 기도가 끝나면 바로 이어서 미사가 거행되고, 미사 후에는 30분간 침묵 중에 묵상하는 시간을 가진다.
아침 기도가 6시에 시작되기 때문에 아침 세면과 정돈을 하기 위해선 보통 5시 30분 정도에 기상하는데, 베테랑 수사님들은 준비시간이 10분 정도이면 충분해서 5시 40분에서 45분 정도에 기상을 하기도 한다. 10분이라도 남들보다 조금 더 자면 그게 그렇게 뿌듯한가 보다.
물론 아침형 인간인 수사님들은 기도 시간보다 한 시간 정도 더 일찍 일어나서 씻고 간단하게 운동도 해서 맑은 정신으로 성당에 미리 앉아있기도 한다. 늦게 일어나서 부랴부랴 기도 시간에 딱 맞추어 성당에 앉으면 아직 잠이 깨지 않아 베드로식 기도를 하는 수사님들도 있다.
그중에는 미사 후 이어지는 묵상 시간을 모자란 잠을 채우는 시간으로 쓰기도 하는데, 그 정도는 그래도 이해할만하지만, 심지어 어떤 수사님은 공동으로 성무일도 기도를 하는 시간에도, 미사가 봉헌되는 동안에도 비몽사몽인 분도 있긴 하다. 기도 시간 중에 가끔 옆으로 자빠지거나 헛소리를 하는 수사님들이 그런 분들이다.
한번은 미사 중에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성무일도 기도 시작부터 비몽사몽 졸던 수사님께서 엄숙한 미사 시간을 웃음바다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미사는 말씀의 전례와 성찬의 전례로 구성되어 있는데, 말씀의 전례 때에는 성경 말씀이 선포되고 신부님의 강론이 이어진다. 그 날은 주례 신부님의 강론이 조금 길었다. 다른 수사님들에게는 약간 지루한 시간이었지만 잠이 덜 깬 이 수사님께는 아주 행복한 시간이었다. 길고 지루한 강론 시간이 이 수사님께는 짧지만 행복한 수면시간이었던 것이다. 어쨌든, 누구에게는 조금 길었지만 누구에게는 아주 짧았던 말씀의 전례가 끝나고 성찬의 전례로 넘어갔다.
예물준비 기도에 이어 감사송을 시작하는데, 주례 신부님께서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고 시작하자 수사님들이 “또한 사제의 영과 함께”하며 응답을 했다. 이어 주례 신부님께서 “마음을 드높이” 하셨다. 이에 수사님들이 “주님께 올립니다”라고 응답해야 하는데…. 비몽사몽 꿈길을 걷던 수사님이 갑자기 다른 수사님들 보다 먼저 “하늘로 올라갑니다~!!” 하고 응답하는 바람에 조용하던 미사 시간이 발칵 뒤집어졌다. 여기서 키득키득, 저기서 키득 키득.
주례 신부님이 어이가 없어서 웃으며 하시는 말씀.
“네 수사님, 먼저 하늘로 올라가세요~!!”
글 _ 안성철 신부(마조리노, 꿈CUM 지도신부, 성 바오로 수도회)
1991년 성 바오로 수도회에 입회, 1999년 서울가톨릭대학교 대학원에서 선교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1년 사제서품 후 유학, 2004년 뉴욕대학교 홍보전문가 과정을 수료했으며 이후 성 바오로 수도회 홍보팀 팀장, 성 바오로 수도회 관구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 「그리스도교 신앙유산 기행」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