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새해가 되면 무언가 계획을 세우고 새로운 시작을 한다. 독서를 꾸준히 하겠다거나, 다이어트 혹은 운동하겠다거나, 아침 일찍 일어나 기도하겠다거나 등 무언가 ‘하겠다’란 결심을 한다. 반면에 ‘하지 않겠다’는 결심도 한다. 담배ㆍ술ㆍ게임ㆍ도박하지 않겠다거나,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하겠다는 등의 계획을 세운다.
하지 않던 것을 하겠다거나 하던 것을 끊겠다는 결심, 혹은 평소보다 줄이겠다는 결심들은 좋은 습관을 만들어내고 나쁜 습관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다. 그런데 뇌과학에서 작심삼일이란 자연스러운 말이라고 한다. 신경과학자들은 뇌에 ‘습관 고리’가 있어 여기에 걸려들면 벗어나기 힘들고 결국 작심삼일로 끝날 수 있다고 한다. 안 하던 것을 하려 하거나 하던 것을 포기하려면 습관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삼일까지는 어떻게든 의식하면서 노력할 수 있겠다. 하지만 몸속 터줏대감인 습관이 무의식 통제 하에 있어 작심삼일을 반복하지 않으면 목표 달성이 어렵게 된다.
철학자 제임스 스미스는 “인간은 아는 대로 사는 존재가 아니라 내면의 욕망을 따라 사는 존재”라고 했다. 대부분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하고, 또 무엇은 자제하고 인내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조금 더 성숙하고 영적인 신앙인이 되기 위해서도 각자 어느 정도의 기준을 지니고 살아간다. 그렇기에 목표도 세우고 계획하면서 다이어리에 빽빽하게 적어 형광펜으로 밑줄도 긋곤 하지만, 많은 경우 실패한다.
머리로 아는 것은 쉽게 잊는다. 굳게 마음먹고 결심하고 실행하는 데에는 참으로 더디고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몸에 새겨진 습관은 무의식 안에 똬리를 틀고 자동모드 상태에 있어, 힘을 쓰지 않아도 저절로 움직인다. 습관은 내면의 욕망이 만들어낸 결과다. 뇌는 가능한 에너지를 절약하고 싶어 하기에 어떤 신호가 들어오면 도파민과 같은 신경전달 물질을 내보내면서 보상 심리를 열망한다. 이러한 반복 행위를 통해 습관을 만들어내고 중독되기도 한다.
아이가 가만히 있다가도 아이스크림을 보면 ‘먹고 싶다’는 열망이 생겨 사달라고 칭얼거리듯, 즐겨 먹던 고지방 음식이나 달고 기름진 것만 봐도, 아니 그림만 봐도 뇌는 바로 반응할 것이다. ‘먹지 말아야지’라는 의지도 있지만 나도 모르게 음식에 손이 가는 이유다. ‘이제 그만해야지.’ 멈추고 싶은데도 자꾸만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린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접속해 새로운 사진과 영상으로 호기심을 충족하고 즉흥적인 만족 추구가 일상이 된다. 게다가 스트레스가 쌓이면 욕망을 제어하는 대뇌 피질 중 앞부분인 전전두엽의 스위치가 꺼진다. 그러면 결국 오래된 습관으로 돌아가 목표 달성에 필요한 새로운 습관을 만드는 데 실패한다.
새해의 목표와 결심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좋지 않은 옛 습관을 대체할 새로운 습관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새로운 습관을 밀쳐내는 마음속 욕망과 마주해야 할 것 같다. 나를 알고 욕망의 정체를 알면 작심삼일의 덫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모른다. 욕망을 제거할 수는 없다. 욕망 자체는 나쁜 것도 아니다. 다만 충동적 욕구로 내 삶의 질이 떨어지고 목표 달성을 방해하는 것이 문제다.
‘먹지 말아야지’ 하면서 먹고,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 할 때 내면의 욕구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대부분 마음이 허기질 때다. 스트레스와 피로로 인해 자제력과 의지의 스위치가 꺼진 것이다. 아무리 저항해도 안 되는 이유다. 그렇기에 스트레스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스트레스 강도가 약해도 인지기능은 급격히 떨어지고 에너지가 소진되기 때문이다. 내 몸과 정신을 관리하는 연료가 떨어지면 충동적인 욕망에 저항하기 더 어렵다. 새로운 습관을 만들고 싶다면 나쁜 습관에 빠지게 하는 욕망을 알아채고 조절할 에너지가 필요하다. 욕망은 없어지지 않지만, 자제력과 의지의 뇌는 활성화될 수 있다.
2024년에 하고 싶은 것이나 해야 할 것이 있고 꼭 하고 싶다면 먼저 ‘나’ 자신을 잘 돌봐야 할 것 같다. 새로운 습관은 새 신경망을 만들어내면서 몸에 새로운 흔적을 남긴다. 내가 어떤 행동을 반복하느냐는 곧 내 내면의 풍경이며, 나의 인격이다.
<영성이 묻는 안부>
아침에 눈을 뜨면 습관적으로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피곤하고 힘들 때 무엇을 하나요? 스트레스가 올라오면 뭘로 해소하나요? 즉각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커피, 알코올, 니코틴, 쇼핑, 스마트폰, SNS를 반복하나요? 모든 반복 행동은 뇌에 흔적을 남기고 마음의 토대가 되고 일상이 되지요. 그런데 이 습관이 나의 건강을 해치고 시간을 소모하고 타인과의 관계에도 방해가 된다면 소모적인 습관이겠지요. 부작용이 있는 줄 알아도 멈출 수 없다면 중독이고요.
새해입니다. 올 한 해 무엇을 하겠다는 결심보다는 어쩌면 내 삶의 질을 떨어트리고 신앙생활에 방해되는 좋지 않은 습관, 그 속에서 꿈틀대는 욕망과 마주하면서 지속적으로 알아차리는 훈련을 해나가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