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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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복음] 주님 공현 대축일-동방 박사들은 다른 길로 되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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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새해가 시작되었습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흘러가는 세월의 빠름을 절감하게 됩니다. 그래도 한해를 다시 맞이하여 ‘시간은 공간보다 더 위대하다!’라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가르침을 되새기며 위로와 희망을 지니게 됩니다.

공간이 내포하고 있는 지금 우리의 실존적인 처지가 아무리 암울하고 때로는 절망적인 상황이라 하더라도 시간이 뜻하는 미래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기회와 가능성으로 주어지며 시간의 주인이신 하느님의 신비의 영역이기에 무한한 희망으로 우리를 이끌어줍니다!

오늘 복음의 동방 박사들은 늘 우리에게 가슴 설레는 인생의 환희와 신비를 안겨줍니다. 하느님과 똑같은 신성(神性)을 지니신 외아드님께서 인류의 구원을 위하여 우리와 똑같은 인성(人性)을 취하여 사람이 되시어 이 세상의 가장 가난하고 낮은 자리인 마구간에서 탄생하였습니다. 하느님의 외아들이 가장 연약한 어린 아기가 되어 어머니 마리아의 품 안에 안겨 우리 인류에게 주어졌습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 당신의 분신(分身)이자 자기 자신인 외아드님을 우리 인류에게 가장 큰 선물로 주셨습니다.

이는 하느님께서 온 인류에 대한 극진한 사랑(요한 3,16-17)을 우리에게 계시해줍니다. 하느님의 외아들께서 육신을 취하신 강생의 신비로 우리 인간은 물론 온 세상 우주 만유일체가 하느님의 신비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동방 박사들은 별이 상징하는 우주 만물을 통하여 계시되는 하느님의 신비의 계획을 알아보았고 거기에 응답하여 모든 위험을 무릅쓰고 따라나선 분들입니다.

그리하여 “유다인들의 임금으로 태어나신 분이 어디 계십니까? 우리는 동방에서 그분의 별을 보고 그분께 경배하러 왔습니다.”(마태 2,2)라는 질문에서 잘 보여지듯이 성경을 통해 계시되시는 하느님을 만났습니다!

마침내 우주의 왕이신 아기 예수님을 직접 만나 경배드림으로 하느님의 자녀로서 가장 합당한 예배(로마 12,1-2 참조)를 드립니다. 그래서 요셉 성인처럼 “그들은 꿈에 헤로데에게 돌아가지 말라는 지시를 받고, 다른 길로 자기 고장에 돌아갔다.”(마태 2,12)

동방 박사의 위대함은 인간 안에 담겨있는 하느님의 신비, 곧 인간의 본성 안에 아로새겨져 있는 말씀의 씨앗인 창조주 하느님에 대한 향수와 그리움과 갈망을 계속 키우고 성장시키고 완성하심에 있습니다.

새해에는 우리 모두 오늘 복음의 예루살렘 백성들이 보여 주는 형식적이고 율법적이고 정체된 종교인의 삶에서 환골탈태(convertio)하여 이미 우리 가운데에 탄생하여 함께 계신 주님을 실제로 만나 뵙고 경배하는 살아있는 신앙인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봅니다!

 

구요비 주교
서울대교구 보좌주교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4-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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