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5일
사목/복음/말씀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천국의 비밀번호

[월간 꿈 CUM] 꿈CUM 신앙칼럼 (10)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천국의 열쇠? 옛날 이야기다. 도어 록(door lock) 비밀번호만 누르면 간단히 문을 열 수 있는 시대에 누가 무겁게 열쇠를 들고 다니는가. 그래서 천국에서도 요즘 트렌드에 맞춰 현관문에 도어 록을 설치했다고 한다. 이제는 천국에 들어가기 위해 열쇠를 들고 다닐 필요 없다. 도어 록을 여는 비밀번호만 외우고 있으면 된다. 복잡한 비밀번호를 설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1’이다. ‘1’만 누르면 누구나 쉽게 천국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1, 하나, 한 시간, 하루, 한 사람, 한 사건의 위력이 어마무시하다. 개인적 평화를 얻기 위해 아무리 영적 수련에 나선다고 해도 그 속을 알 수 없는 한길 마음을 가진 딱 한 사람 때문에 평정심이 흔들리고, 내가 가진 딱 하나의 악습 때문에 딱 한 번 주어진 삶이 힘들다. 인류는 딱 한 그루 나무 열매 하나에 대한 딱 한 번의 흔들림으로 낙원을 잃었다.

1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아버지와 나는 하나다.”(요한 10,30) 둘이 아니고 하나다. 그 유일한 한 분을 닮게 창조된 우리도 1이다. 유일무이하게 소중한 존재다. “작은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잃어버리는 것은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뜻이 아니다.”(마태 18,14) 우리 각자 하나하나가 우주 전체보다 더 무겁다. 

그래서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도 하나다. 둘이 아니다. 예수는 우리에게 딱 한 시간이라도 함께 깨어있으라고 요청하신다.(마태 26,40 참조) 예수는 또 말씀하신다. “너희가 겨자씨 한 알만한 믿음이라도 있으면, 이 돌무화과 나무더러 ‘뽑혀서 바다에 심겨라’ 하더라도, 그것이 너희에게 복종할 것이다.”(루카 17,6) 예수는 겨자씨 두 알의 믿음을 말하지 않았다. 딱 한 알만한 믿음이다. 그 믿음의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없다.(요한 12,24 참조) 중요한 것은 하나다.

하지만 우리는 일반적으로 2,3,4,5,6…을 추구한다. 돈, 성공, 권력, 명예, 쾌락…. 하나가 아닌 더 많은 것을 얻으려 한다. 가수 리아킴의 ‘위대한 약속’ 노래 가사대로 “하나도 모르면서 둘을 알려고 하다가, 사랑도 믿음도 떠나보내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다. 하나이신 하느님에 대한 믿음 하나면 충분하다. 하나를 알면, 종말의 그 날 우리는 머리카락 한 올도 잃지 않을 것이다.(루카 21,18 참조)

하느님 나라는 아마도, 겨자씨 한 알만한 믿음으로 유일무이한 하느님을 고백하는 1들이 모이는 세상일 것이다. 머리카락 한 올도 잃지 않은, 1들이 만들어내는 위대한 합창일 것이다.

한 분이신 하느님께 대한 겨자씨 한 알의 믿음을 성취하겠다는 단 하나의 희망을 위해 촛불 하나를 켠다. 촛불을 바라보는 것이 참 오랜만이다. 그렇게 흘러 지나가는 1초, 1초가 행복하다. 천국의 문이 살짝 열린다. 좋다.


글 _ 우광호 발행인
원주교구 출신. 대학에서 신학과 철학을 전공했다. 1994년부터 가톨릭 언론에 몸담아 가톨릭평화방송·가톨릭평화신문 기자와 가톨릭신문 취재부장, 월간 가톨릭 비타꼰 편집장 및 주간을 지냈다. 저서로 「유대인 이야기」 「당신을 만나기 전부터 사랑했습니다」 「성당평전」, 엮은 책으로 「경청」 등이 있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4-01-11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11. 25

잠언 27장 2절
네 입이 아니라 남이 너를 칭찬하고 네 입술이 아니라 다른 이가 너를 칭찬하게 하여라.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