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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겁을 내느냐?”

[월간 꿈 CUM] 꿈CUM 묵상_예수의 일생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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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랑을 가라앉히시는 예수(제주 성이시돌 목장 새미은총의 동산 조형물)


예수님께서 군중 앞에서 수많은 비유를 들어 하느님 나라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신 그날이었습니다. 저녁이 되어, 해가 저물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호수 저쪽으로 건너가자.”(마르 4,35)

그렇게 제자들과 함께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너고 있는데, 순간 엄청난 풍랑이 일었습니다. 성경은 ‘물결이 배 안으로 들이쳐서, 물이 배에 거의 가득 차게 될 정도였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마르 4,37 참조) 배가 조금 기울어진 상황이 아닙니다. 배에 물이 가득 차 침몰할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위급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때 예수님은 잠을 주무시고 계셨습니다. 성경은 예수님의 당시 모습을 이렇게 증언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예수님께서는 고물에서 베개를 베고 주무시고 계셨다.”(마르 4,38) 

그래서 제자들이 주무시고 계시는 예수님을 깨웁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스승님, 저희가 죽게 되었는데도 걱정되지 않으십니까?”(마르 4,38)

죽을 수도 있는, 목숨이 경각에 달린 위급한 상황임을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제자 중에는 갈릴래아 호수를 안방처럼 여기던 어부가 네 사람이나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배를 다루는 일이라면 잔뼈가 굵은 사람입니다. 이 베테랑 어부들이 이렇게 겁을 먹을 정도였으면 당시 풍랑이 얼마나 심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조금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이런 위급한 상황에서 예수님은 쿨쿨 잠을 자고 계셨습니다. 여러분은 이런 예수님의 모습이 이해되시나요? 제자들이 지금 배에서 물을 퍼내고 난리가 났는데 예수님은 어떻게 이처럼 편하게 잠을 주무시고 계셨을까요?

혹시 전날 밤 과음을 하셔서? 숙취 때문에 인사불성?

그건 아닌 것 같구요…. 이때 잠을 주무시는 예수님의 모습은 많은 신학적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제자들의 지금 모습을 표현할 수 있는 한자 숙어는 많습니다. 백척간두(百尺竿頭), 사면초가(四面楚歌), 혼비백산(魂飛魄散), 우왕좌왕(右往左往)…. 그런데 지금 예수님은 어떤 모습이시죠? 아주 평온하게 주무십니다.

그렇게 평온한 예수님을 제자들이 흔들어 깨웁니다. 그러자 잠에서 깨어난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나무라십니다.

“왜 겁을 내느냐?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마르 4,40)

그러면서 바다를 향해 손을 뻗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잠잠해져라. 조용히 하여라!”(마르 4,39)

그러자 바람이 멎고 고요해졌습니다.

제자들의 마음에는 지금 파도가 크게 일고 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마음은 잔잔합니다. 제자들은 왜 호들갑을 떨고, 난리가 났을까요. 예수님의 말씀 그대로입니다. 믿음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은 도대체 무엇을 믿었을까요. 어떤 믿는 구석이 있길래 그렇게 태연자약하게 편안하게 잠을 주무실 수 있었을까요.

예수님은 아버지가 자신과 늘 함께(CUM) 계시다는 것을 믿었습니다. 예수님은 1분 1초도 그 사실을 잊은 적이 없습니다. 시편 말씀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제가 비록 어둠의 골짜기를 간다 하여도 재앙을 두려워하지 않으리니 당신께서 저와 함께 계시기 때문입니다.”(시편 23,4)

예수님은 이 믿음 속에서 사신 분입니다. 그렇게 완전한 믿음 속에서 거니셨던 예수님이 우리에게 선물로 주고 가신 것이 있습니다. 평화입니다.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남기고 간다. 내 평화를 너희에게 준다.”(요한 14,27) 

믿음 속에서 사셨던 예수님은 늘 고요한 평화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동시에 이런 묘한 말도 하셨습니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 같지 않다.”(요한 14,27)

세상이 주는 평화가 ‘틀렸다’라고 하지 않으셨습니다. 당신께서 주시는 평화와 ‘다르다’고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주시는 평화와 세상이 주는 평화는 무엇이 다를까요.

다음 호에서 예수님께서 주시는 평화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글 _ 안성철 신부 (마조리노, 꿈CUM 지도신부, 성 바오로 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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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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