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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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여움에 대하여

[월간 꿈 CUM] 귀향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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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을 내지 않는 사람은 없다.

나는 화를 잘 내는 사람은 아니다. 인품이 좋아서가 아니라, 속이 좁은 탓에 종종 감정이 상하곤 하지만 내색하지 않을 뿐이다.

사관생도 시절부터 내가 화를 내거나 언행에서 평상심을 잃었을 때는 하루 동안 금식, 금언을 하며 성찰하는 시간을 갖고는 했다. 금식하는 날 오전에는 허기를 느끼지만 오후가 되면 몸과 마음이 편안하고 가벼워지며 비우는 기쁨을 느낀다.

왜 성을 내는가?

첫째는 상대방의 언행과 태도에 대한 불만에서 온다. 

둘째는 자신의 실수나 부족을 자책함에서 온다. 

셋째는 자신의 환경에 대한 불편함에서 온다.

그런데 그 내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두 번째는 물론이거니와 첫 번째와 세 번째의 경우에도 대부분 자신의 마음가짐과 상황에 좌우된다. 심신이 견고할 때는 스트레스를 잘 견디고 소화해 내지만, 감정이나 건강이 약해져 있을 때는 작은 충격에도 흔들리고 성을 내며 이내 풀이 죽고 마는 것이다.

화를 내고 난 후에 소득이 있는 경우는 드물다. 감정을 표출함으로써 일시적으로 목적을 달성하는 듯이 보이지만 그 화가 만든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으며, 언젠가는 이자가 붙어서 돌아오고야 만다.

내가 언짢고 불편하며 화가 날 때 한 발짝만 뒤로 물러서서 ‘그래, 이만하길 다행이지’ 하고 생각하면 화를 삭일 수 있다. 다만 그 ‘한 발자국’이 참으로 무겁고 힘들기에 목소리가 커지고 얼굴이 붉어지며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다. 노여움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없고, 다만 자기 감정을 잘 다루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주변의 사람들을 편안하게 하며 스스로도 평온함을 느끼기 위해서는 심신의 건강함을 꾸준히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소식다동(小食多動)하고 범사에 감사하며 약해질 때면 기도로써 내면을 단단히 다져야 한다.

물론, 그게 참 쉽지 않으니…. 아멘!


글 _ 류성식 (스타니슬라오, 전 육군 부사관학교장, 수원교구 반월성본당)
1979년 소위로 임관한 후, 2012년 제30기계화보병 사단장, 2013년 육군본부 인사참모부장, 2014년 육군 부사관학교장을 지냈으며, 2017년 전역했다. 이후 귀향해 농업법인 (주)일팔구삼을 설립, 햇사레 복숭아, 포도, 사과, 이천 쌀, 꿀 등을 농작하고 유통하고 있으며, 지역 사회를 위한 율면 장학회를 설립하는 등 행복한 제2의 인생을 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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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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