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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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숨결인 우리의 숨을 잘 유지하려면 ‘쉼’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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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에겐 안정과 회복을 위한 ‘쉼’이 필요하다. OSV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입에 ‘바쁘다’라는 말이 붙다 보니 ‘바쁘시지요?’가 일상 인사말이 되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바쁨’이 하나의 미덕이 된 것 같다. 바빠야 인간의 도리를 다하는 것 같고, 바빠야 열심히 성실하게 사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무리 바빠도 스마트폰 알림을 즉시 확인하거나 모바일 메신저로 이런저런 사회적 관계를 맺기도 하는 것을 보면 정말 바쁜지 묻게 된다. 혹시 스스로를 속이면서 하는 일 없이 바쁘다는 느낌으로 사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바쁘다는 느낌 때문에 누군가에게 시간을 주고 마음을 주는 것이 어렵다. 바쁘다는 생각 때문에 피로감이 증가하고 일의 능률이 오르지 않는다. 걱정은 많아지고 자꾸 부정적인 생각이 든다. 바쁘다는 그 느낌, 육체적 피로보다 정신적 피로도가 높은 탓일지도 모른다. 이럴 때 멈춤과 쉼이 필요한 것이다.

“쉬어도 쉬는 게 아니야!” 쉬어도 피곤하다고 한다. 쉼은 피로에서 벗어나 마음과 몸을 재충전하는 일이다. 그런데 쉬고 나서 오히려 에너지가 소진되어 더 피곤하다. 요즘 우리네 세상은 갈 곳도 많고 먹거리도 넘치고 놀 거리도 다양해서 주말이나 공휴일이면 여행을 떠난다. 또는 텔레비전이나 영화를 보거나 유튜브를 보면서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오감을 자극해서 스트레스도 해소되고 몸과 마음도 회복되면 참 좋겠지만 어디 그런가? 아침에 일어나면 몸은 무겁고 마음은 공허하고 정신은 산만하다. 눈과 귀에 자극을 준 스크린 놀이는 잠시 복잡한 일을 잊게 해주기에 쉰다는 착각이 든다. 여행을 가면 기분전환도 되고 새로운 경험을 하지만 피로감에 일상으로 돌아가기가 힘들다. 그렇게 피로가 누적되면서 스트레스는 더 높아질 것이다.

스트레스로 인하여 주의력은 분산되고 집중력과 기억력이 떨어지면서 실수가 늘어난다. 바로 이때 찾아오는 유혹이 있다. 도파민이 고프다. 도파민 결핍을 느끼면서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놀이를 찾는다. 스마트폰이나 드라마, 쇼핑이나 술, 담배로 잠시 스트레스에서 벗어난다는 느낌을 받는다. 여전히 무기력감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또 도파민이 고파지고 더 자극적인 것을 찾는다. 악순환이다. 그러면서 아무리 쉬어도 피곤한 현대인의 고질병인 만성피로에 시달린다. 물론 스트레스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기에 없애는 것이 아니라 관리해야 한다. 독일의 심리학자 만프레드 슈피처는 “불쾌하고 부정적인 경험 자체가 스트레스를 주기보다 스스로를 신뢰하지 못하고 좌절하고 무너질 때 자기불신에서 오는 무기력증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외부 상황 자체에서 스트레스가 온다기보다 내 스스로를 조절하지 못하는 무기력감에서 온다는 것이다. 이런 스트레스는 내면의 에너지를 마구 훔쳐가고 고갈, 방전, 번 아웃 상태를 경험하게 한다. 이때 절대적으로 ‘쉼’이 필요하다.

쉼은 에너지를 모으는 일이다. 이러한 쉼은 재미있고 자극적인 놀이가 아닌 밋밋하고 심심하고 지루한 일일 것이다. 사실상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겐 쉬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닌 것이 되었다. 손만 뻗치면 자극적이고 놀라운 놀이로 욕망회로를 자극해 도파민을 유발하는 것들이 너무도 많다. 그렇게 되면 고요한 쉼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쉼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몰입하여 집중된 안정된 상태다. 묵상이나 기도 혹은 사색도 마음의 회복력을 높여주는 쉼이다. 전자기기에서 벗어나 자연에서 일상을 멈추고 고요하게 자신에게 몰입하는 것만으로도 중독과 우울의 뇌를 안정시켜준다.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숨을 불어넣어 주시고 쉼의 시간을 보내셨다. 하느님의 숨결인 우리의 숨을 건강하게 잘 유지하려면 ‘쉼’이 필요하다. 정말로 잘 살고 싶다면 잘 쉬어야 한다. 숨은 생명이고 쉼은 숨을 유지시켜 주는 에너지다. 하느님의 숨결인 생명을 잘 돌보기 위해 잘 쉬어야 하는 이유다.



영성이 묻는 안부



잠시 눈을 감고 아주 잠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머물러 보면 어떨까요? 몸은 쉰 것이 확실한데 뇌도 쉬었을까요? 혹시 머릿속 이야기가 들리나요? 불안한 감정의 조각들. 걱정, 후회, 미움, 서운함, 욕심. 에고의 소리도 들리던가요? 몸이 멈추면 머릿속의 소리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바쁠 때 들리지 않던 소리가 몸과 마음이 멈추면 더 크게 들리지요. 소리에 반응하지 않고 그냥 바라만 보세요. 그렇게 점점 고요해지는 마음에 가만히 성경 말씀이나 평소 좋아하는 문구 한마디 떠올려 보는 것도 좋습니다. 조금은 심심하고 지루할 수도 있어요. 이 밋밋한 감정 속에 잘 스며들면 마음이 고요해져요. 하느님의 숨결인 나의 숨이 온전히 느껴져요. 그리고 가슴이 열리고 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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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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