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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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복음] 연중 제5주일- 허리끈 동여매고 일어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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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영화 ‘기생충’의 명대사 혹시 기억하시나요? 이 대사를 떠올릴 때마다 참 모든 게 계획대로 순조롭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듭니다. 우리 삶에는 언제나 생각지 못한 일들이 일어나기 마련이니까요.

누가 알았겠습니까? 지난 몇 년간 코로나 때문에 미사가 중단되고 성당 문이 닫힐 줄을 말이죠. 좋아하는 부모 형제와 자녀들을 몇 년이나 만나지 못하고, 사랑하는 이들의 임종을 지키지 못하게 될 줄을요. 또 사랑하는 이들이 투병 중에 있는데도 찾아가지 못하게 될 줄 누가 미리 알았겠습니까? 그리고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오는 외로움과 무력감에서 벗어나기가 이렇게 힘들 줄을 누가 알 수 있었을까요?

하지만 우리 인생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더라도, 꼭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생각지 못한 긍정적인 일들도 일어나니까요. 예를 들자면, 교우들과 매일 미사를 바치지 못하면서, 매너리즘에 빠져 매일 미사에 소홀했던 저 자신을 반성하고 미사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시몬 베드로의 장모가 앓고 있다가 병이 나으면서 바로 봉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안주하지 않고 다른 곳으로 가서 복음을 전하고자 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도 온갖 일에 힘들거나 실망해서, 혹은 분노하거나 아파서, 주저앉고 싶을 때가 있을 겁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더러 “허리를 동여매고 일어나”(예레 1,17)라고 하시는 주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오늘 여러 본당에서 새 신부님들의 첫 미사가 봉헌될 것입니다. 새롭게 사제 생활을 시작하는 그분들이 주님 은총으로 언제나 행복하기를 기원합니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일이 그렇듯이, 언제나 꽃길만 걷는 삶이란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러 가지 어려움이 새 신부님들이 가는 길에서 발목을 잡는 일이 간혹 생길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럴 때 실의나 분노, 절망이나 슬픔에 빠져 주저앉아 있지 말고, 오늘 복음 말씀의 예수님처럼 분연히 일어나 복음을 전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그래서 사제의 신분으로 주님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같은 길을 가고 있는 동반(同伴)의 입장에서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문득 시몬의 장모가 되어 봅니다. 앓고 있던 열병에서 낫자마자 예수님 일행의 시중을 든 그녀는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하였을까요? 한동안 앓아누워 있었던 그녀가 조금 더 누워 쉰다고 해서 누가 뭐라고 할 사람도 없었을 텐데 말입니다. 하지만 다른 시각으로 본다면, 일어나 봉사하면서 그녀는 아팠던 기억을 뒤로하고 새로운 기쁨과 행복을 맛보고 싶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우리도 어떤 일로 주저앉아 있다면, 그녀처럼 분연히 일어나 다시 우리에게 주어진 소명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주님 앞으로 나아갈 그날까지, 아멘!
 

신희준 루도비코 신부 | 양천성당 주임신부 겸 제18양천지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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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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