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꿈 CUM] 노호영 신부의 사진 이야기 - 어둠 속 별을 바라보며, 따라가며 (10)
뉴질랜드 킹스턴(Kingston)의 오로라
성경 안에서 벗어남은 종종 떠남을 의미한다. 기존의 삶과 터에서 벗어났기에 성경 속 인물들은 주님께 한발짝 더 다가설 수 있었다. 이렇게 떠남을 통해 주님을 만난 인물들이 있다.
“‘네 고향과 친족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너에게 보여 줄 땅으로 가거라.’ … 아브람은 주님께서 이르신 대로 길을 떠났다.”(창세 12,1.4) 아브라함이 우리 신앙 안에서 믿음의 아버지로 기억되는 그 근본에는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여 자신의 터전에서 떠났던 그의 선택이 자리하고 있다.
“유다인들의 임금으로 태어나신 분이 어디 계십니까? 우리는 동방에서 그분의 별을 보고 그분께 경배하러 왔습니다.”(마태 2,2) 메시아의 탄생에 함께했던 세 명의 박사들 또한 동방에서 빛나는 별을 보고 자신들의 터전에서 떠났기에 그 여정의 종착지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만날 수 있었다.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로 만들겠다.’ 그러자 그들은 곧바로 그물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다.”(마태 4,19 -20)
베드로 사도를 포함해서 안드레아, 야고보 요한은 예수님의 부르심에 곧바로 배와 그물과 아버지를 버려두고 그분을 따랐다.
복잡한 인간관계, 챙겨야 하는 많은 일, 그리고 잘 변하지 않는 내 주변 환경 속에서 우리는 우리가 바라보아야 할 대상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가? 인간이 만든 수많은 빛 속에서 하느님의 별을 구별해 낼 수 있는가?
여기서 말하는 떠남과 벗어남이 무엇으로부터의 도망이나 회피는 아니다. 아브라함과 동방 박사들, 그리고 사도들이 보여준 떠남은 주님을 찾아 분연히 떠날 수 있는 용기와 그 여정 속에서 겪게 되는 어려움을 참고 견디는 인내가 포함된 선택이다. 이러한 선택을 나는 지금 하려 하는가?
뉴질랜드 푸카키 호수(Lake Pukaki)의 은하수
글·사진 _ 노호영 신부 (미카엘, 대전교구 고덕본당 주임)
사진으로 아름다움을 담아내려 노력하는 신부. 8년 전부터는 자연 속의 경이로운 순간들, 특히 밤하늘의 별과 은하수를 쫓아다니며 하느님의 피조물을 촬영하고 정리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제13회 ‘서울시 빛공해 사진공모전’ 최우수상, 제26회·제28회 ‘천체사진공모전’ 금상 및 우수상을 비롯해 다수의 사진 공모전에서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