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의안집은 친교, 사명, 참여의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한 세 가지 우선적 질문을 던졌습니다. 빛나는 친교, 어떻게 더 충만하게 하느님과 이루는 결합과 온 인류가 이루는 일치의 표징이요 도구가 될 수 있을까? 사명에서 공동 책임, 복음에 봉사하기 위하여 어떻게 선물들과 임무들을 공유할 수 있을까? 참여, 책무와 권위,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선교적 교회에서 어떤 절차, 구조, 제도가 있을까? 이는 성령께 귀 기울이면서 걷는 대화의 여정 안에서 하느님 백성들이 선교적 사명에 참여하고, 이 과정에서 교회가 구체적으로 어떤 구조와 제도를 마련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시노드 정신을 살아간다는 것은 하느님 백성이 함께 걷는 여정 안에서 선교 사명 실천을 위해 필요한 구체적인 제도 개선의 차원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특히 제도 개선과 관련된 부분은 각 지역 교회의 현실이 반영되는 과정에서 매우 섬세하게 접근해야 할 것입니다. 교회의 제도 개선과 관련된 부정적인 이미지가 시노드 정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는 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여정을 시작하면서 한국 교회의 반응 중에는 시노드를 일종의 의견 수렴 과정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하였으며, 자체적으로 시노드를 진행하였던 교구들이 시노드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새로운 제도의 도입은 필연적으로 기존 제도의 문제점을 인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기존 방식이 일방적으로 부정된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면, 감정적인 차원에서 갈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갈등을 원하지 않는 경우는 기존의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는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경우에는 긍정적인 차원의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일방적으로 기존 방식을 무조건 바꾸는 선택을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어떤 방식을 택하든지, 시노드를 통해 수렴된 의견들을 반영하는 과정에서는 많은 진통이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필자는 수도회 소속이라 사목 현장에서 애쓰는 분들의 노고를 제대로 알지 못합니다. 칼럼을 써나가고 있지만 그런 부분에서 많은 한계를 느끼고 있습니다. 종종 사목 일선에서 활동하시는 지인들에게 본당에서 겪는 어려움들을 나눠 달라고 부탁을 드립니다. 신자 수가 줄고 고령화되고 있으며, 봉사자 구하기가 너무나 어려워지고 있다는 말씀을 많이 하십니다. 교회에서 필요한 절차, 구조, 제도 개선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시기보다는 어려움 중에도 나름 애써보려는 마음들이 느껴져서 고맙기도 하고 죄송하기도 했습니다.
교회는 시노드 여정을 통해 다시 한 번 새롭게 함께 걷기를 준비합니다. 이 과정에서 갈등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갈등보다는 오히려 묵묵히 교회 정신을 살아가는 하느님 백성에게 주목했으면 합니다. 얼마 전에 출장 뷔페를 운영하시는 분과 우연히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분이 말씀하시길 성당에서 하는 행사는 다른 곳에 비해 남아서 버리는 음식이 훨씬 적다고 합니다. 각자가 엄청나게 눈에 띄는 환경 운동을 실천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미 교회 정신에 따라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노드 정신도 이와 같으리라 생각합니다. 성당에서 만나는 낯선 형제자매에게 한 번씩 진심으로 따뜻하게 웃어 준다면 이미 충분히 훌륭하게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한창현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