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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 한뿌리

[월간 꿈 CUM] 삶의 길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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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Dostoyevsky, 1821~1881)가 쓴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이란 책에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인생을 통틀어 단 한 가지의 선행도 하지 않은 어떤 할머니가 죽어서 지옥에 떨어졌습니다. 이를 불쌍히 여긴 할머니의 수호천사는 어떻게 해서든 할머니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할머니의 삶을 처음부터 주~욱 다시 살펴보았는데 딱 한 가지의 선행을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굶주림에 지쳐 구걸하는 거지에게 ‘양파 한 뿌리’를 준 것이었습니다.

천사는 이 사실을 확인하고 기뻐하며 하느님께 찾아가 할머니도 선행을 한 적이 있으니 제발 지옥에서 천국으로 올려 주십사 하고 간곡히 청했습니다. 할머니의 수호천사가 너무나도 간곡히 부탁하자 하느님께서는 마지막 기회를 주시겠다고 하시면서 수호천사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렇다면 그 양파 한 뿌리를 지옥에 있는 할머니에게 내려주어 그것을 붙잡고 천국으로 올라올 수 있도록 하여라.”

이 말을 듣자마자 수호천사는 지옥에 있는 할머니에게 양파 한 뿌리를 내려주고 그것을 잡고 천국으로 올라오라고 하였습니다. 천신만고 끝에 수호천사의 도움으로 천국으로 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잡은 할머니는 희망에 가득 찬 모습으로 양파를 있는 힘껏 꽉 잡고 천국으로 올라가기 시작하였습니다.

바로 그때였습니다. 지옥에 함께 있던 다른 죄인들도 할머니를 따라 같이 천국에 올라가려고 할머니의 발을 잡고 매달렸습니다. 그런데 할머니는 자신의 발을 잡고 매달리는 다른 죄인들에게 발길질을 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것 못 놔! 이 양파는 내 꺼야! 나만 천국에 가면 되지 너희들은 안 돼!”

그 말이 채 끝나기도 무섭게 양파 뿌리는 끊어졌고, 할머니는 다시 지옥으로 떨어졌습니다.  

예수님께서 인류구원을 위해 하느님 아버지로부터 파견되셨지만 세상은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배척했습니다. 심지어는 구세주이신 예수님을 박해하고, 십자가에 못 박고 죽이기까지 했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비단 예수님 시대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날에도 이러한 모습은 똑같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은 예수님을 알고도 그분을 믿으려 하지 않습니다. 예수님이 말씀하신 생명의 복음 말씀을 배척하고 세속적인 가치에만 몰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간에게 구원이란, 영원한 생명이란 허무맹랑한 거짓된 것으로 인간이 꾸며낸 상상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하느님을 믿는 신자 중에도 하느님의 구원을 의심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하느님 나라에서의 영원한 생명보다는 현세적인 행복에만 관심을 가지는 신자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신앙생활을 단순히 취미생활 정도로만 여기고 자신이 필요로 할 때만 하느님을 찾습니다.

예수님께서는 2000년 전에만 사람들에게 외면당하고 배척당하고 박해 받으신 것은 아닙니다. 과거에도, 오늘날에도,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우리의 불신앙 때문에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고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예수님을 외면하고 박해할수록, 그리고 신자들이 이 세상에 예수님을 제대로 증거하지 못할수록 예수님의 고통은 커져만 갑니다. 우리 모두 예수님께 고통을 드리는 신앙인이 아니라, 예수님의 고통을 함께 나누는 신앙인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기회는 여러 번 주어지지 않습니다. 어쩌면 오늘이, 지금 이 순간이 예수님께서 주신 마지막 기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약 여러분에게 양파 한 뿌리를 잡고 하느님 나라로 올라오라는 마지막 기회가 주어진다면 여러분들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혼자서만 올라가시겠습니까? 


글 _ 이창영 신부 (바오로, 대구대교구 대구가톨릭요양원 원장)
1991년 사제 수품. 이탈리아 로마 라테란대학교 대학원에서 윤리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교회의 사무국장과 매일신문사 사장, 가톨릭신문사 사장, 대구대교구 경산본당, 만촌1동본당 주임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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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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