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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없이는 못 산다

[월간 꿈 CUM] 꿈CUM 수필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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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가는 데 적극적으로 필요한 건 음식물이다. 거기다 보탠다면 신선한 공기와 물이다. 그렇다. 물과 공기와 음식이야말로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에너지원이다. 좀 더 확장하면 집이 있어야 하고 옷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의식주가 삶의 기본요건이라고 말한다. 거기다 자동차를 보태어 의식주행이라고까지 말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것은 우리들 삶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무언가 좀 더 있어야 한다. 정신적인 요건이다. 특히 요즘엔 그것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세상이다. 먹기 위해서 살던 시대는 지났다. 적어도 오늘날 우리는 먹기 위해서 사는 게 아니라 살기 위해서 먹는 사람들이다. 그만큼 삶의 여건이 좋아진 것이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마음이 많이 힘들어졌다. 황폐해졌다. 몸에 병이 생긴 것이 아니라 마음에 병이 생긴 것이다. 우울하고 따분하고 지루하고 불안하고, 그러다가 절망감에 빠지기조차 한다. 도대체 이게 어찌 된 것이란 말인가! 먹고 사는 일만 해결되면 그만일 줄 알았는데 산 넘어 산인 격이다.

지난번 코로나 19 기간에도 우리가 경험한 것은 ‘정서적 요인이 얼마나 인간의 삶에 크게 영향을 주는가’였다. 만남이 줄고 격리되고 혼자 있다 보니 거기서 오는 외로움과 불안과 우울을 우리는 감당하지 못해 힘들어 했던 것이다. 이것만 봐도 우리 인간이 얼마나 정서적이고 내면적이고 섬세한 생명체인가를 알 수 있다.

특히 인간은 내일의 희망 없이는 한순간도 살아남을 수 없다. 희망이야말로 정신의 에너지원이라고 할 수 있다. 희망은 미래에 대한 그리움과 기다림과 사랑을 말한다. 가령 아프리카의 어떤 부족 사람들을 감옥에 가두고 일주일 뒤에 풀어준다고 말하면 감옥 속에서 그대로 죽어버리고 만다고 한다. 그들에겐 내일이란 시간개념이 없기 때문이라 한다.

그렇게 내일을 믿고 기다리는 일은 중요하고 삶을 지탱하는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듣기로는 저 잔악한 나치의 아우슈비츠 수용소 안에서도 끝까지 마음 속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사람은 살아남아 햇빛을 다시 본 사람이 많다고 한다. 특히 마음속으로 그리워하고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살아갈 힘을 주었다 한다.

정말로 그렇다. 마음속으로 그리워하고 보고 싶은 사람을 갖는다는 건 중요하고도 중요한 일이다. 그야말로 그것은 구체적인 삶의 희망이다. 우리, 마음속으로 그리워하는 사람, 보고 싶은 사람을 갖자. 희망 없이는 하루도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이 우리네 인간이다.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갖지 않고서는 한순간도 견딜 수 없는 것이 인생살이다.

 


글 _ 나태주 (시인)
1945년 충남 서천에서 출생하여 현재 공주에 거주하고 있다.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으로 등단했으며, 첫 시집 「대숲 아래서」 이후 문학 서적 100여권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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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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