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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복음]사순 제주일-성전을 정화하시는 예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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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 시스티나 경당 OSV



이 성전을 허물어라. 그러면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의 성전 정화 에피소드입니다. 이 사건은 공관복음과 요한복음에 모두 등장합니다. 다만, 공관복음에서는 예수님의 공생활 말기에 일어난 사건으로 보도됨에 반해,(마태 21,12-13; 마르 11,15-17; 루카 19,45-48 참조) 요한복음에서는 당신의 공생활 초기에 이루어집니다. 갈릴래아 카나에서 물을 포도주로 변화시키는 표징이 일어난 직후에 이어지는 에피소드로 소개되고 있지요. 역사적으로 맞을지 간단히 답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성전 정화 사건은 그 안에 풍부한 의미를 담고 있다는 점입니다.

“내 아버지의 집을 장사하는 집으로 만들지 마라” 라는 말씀을 통해, 예수님께서는 구약의 즈카르야서 14장 21절, “그날(곧 주님의 날)에는 만군의 주님의 집 안에 더 이상 장사꾼들이 없을 것이다”라는 말씀을 상기시키면서, ‘주님의 날’이 도래했음을 암시하고, 자신이 ‘주님의 날’에 ‘아버지의 집’에 온 아들이심을 암시하십니다. 특히 요한복음은 예수님께서 카나의 혼인 잔치에서 물을 포도주로 변화시키셨던 이야기 직후에 이 사건을 배치함으로써, 물이 포도주로 대체되었듯이 예수님께서 구약의 성전을 당신 몸으로 대체하는 분임을 드러냅니다. 곧 요한복음은 예수님을 새 계약의 ‘성전’으로 제시합니다. 사실 유배에서 귀환한 후 즈루빠벨은 한 번 무너졌던 성전을 재건했습니다. 이 성전을 헤로데 대왕이 유다인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증개축을 했는데, 입구와 성소 그리고 지성소로 구성된 그 성전에는 당시 신분에 따라 들어갈 수 있는 장소가 엄격히 구분되어 있었다 합니다. 이방인의 뜰, (이스라엘) 여인의 뜰, 이스라엘 (남성들)의 뜰, 그리고 사제들의 뜰. 예루살렘 성전은 예로부터 ‘하느님 현존의 자리’였을 뿐만 아니라 엄격한 사회적 계급과 권력의 자리이기도 했던 것입니다.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이 성전을 허물어라. 그러면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 여기에서 ‘다시 세우다’라는 동사는 뒤에 “예수님께서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나신 뒤에야, … 제자들이 믿게 되었다” 할 때 ‘되살아나다’라는 동사와 같은 동사입니다. ‘사흘’이라는 시간 단위와 함께 예수님 당신의 죽음과 부활을 예시한 표현입니다. ‘예루살렘의 성전’을 넘어 ‘예수님의 몸’으로, ‘옛 계약’(구약)을 넘어 ‘새 계약’으로, ‘이스라엘의 영광’을 넘어 모든 이가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 곧 ‘하느님의 새 백성’으로 태어나게 하는 전환점이 바로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인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은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이 성전을 허물어라. 그러면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 우리 안에 고착화 되어 있는 모든 편견과 계급적 사고, 그리고 세속적 가치 기준과 모든 종류의 차별을 타파하고,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십자가의 참사랑 안에 새롭게 우리 자신을 건설하라고 예수님께서는 오늘 우리에게 요청하십니다.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 | 서울대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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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4-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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