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제1회기 종합보고서를 각 지역 교회가 깊이 묵상하고 성찰하여 피드백을 5월 15일까지 주교대의원회 사무처에 제출하면, 이를 종합해 제2회기 논의를 위한 의안집이 8월 중 작성, 발표될 예정입니다. 하느님 백성 전체가 깊이 묵상하고 성찰하는 순환의 과정을 다시 한 번 거치게 됩니다. 시노드 정신을 살아간다는 것은 하느님 백성의 교회가 갖춰야 할 모습을 함께 고민하는 것이라는 차원에서 상호 존중과 경청의 문화가 지속되는 데 필요한 구체적인 방안을 하나 제시해 보고 싶습니다.
하느님의 섭리 스스로 발견할 수 있게 질문
한국 교회에 영적 지도자 양성이 필요해 보입니다. 우선 영적 지도는 (영적 체험을 다루지 않는) 심리치료가 아닙니다. 영적 지도는 (죄와 용서에 초점을 맞추는) 고해성사도 아닙니다. 또한 영적 지도는 (사목적 문제를 다루는) 사목 상담도 아닙니다. 영적 지도는 하느님께 초점을 맞춥니다. 영적 지도에서는 영적 지도자와 함께 일상의 기도 생활과 하느님에 대한 체험을 나눕니다. 영적 지도의 역사는 사막의 교부들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영적 지도자는 피지도자가 하느님의 온화한 목소리를 간과하고 있는지를 주목해서 보기를 응원하며 기도의 삶을 돌아보는 데 도움을 줍니다. 훌륭한 영적 지도자는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서 일하시게끔 자신을 허용하도록 이끕니다. 영적 지도자는 피지도자들이 자신 안에서 하느님께서 어떻게 활동하고 계시는지를 알아차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법들을 체계적으로 훈련받은 사람들입니다. 따라서 영적 지도를 시작하기 전에 전문적인 교육 훈련 프로그램 등을 통해 경험을 쌓아야 합니다.
상호 존중과 경청의 차원에서 볼 때, 영적 지도자는 지도를 받는 이들의 의사결정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하게 됩니다. 그보다는 우리의 삶 어디에서 하느님께서 활동하고 계시는지를 보라고 초대합니다. 일반적인 심리상담이나 정신과적 치료가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원인을 해결하는 방식의 접근이라면, 영적 지도자는 피지도자의 이야기를 열린 마음으로 경청하고 피지도자들이 스스로 하느님의 섭리하심을 발견할 수 있도록 질문을 던지는 방식을 택합니다. 이 과정은 피지도자에 대한 존중과 그들 안에서 활동하시는 하느님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합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세계주교시노드는 모두 함께 걷는 초대 교회의 정신으로 돌아가도록 초대하고 있습니다. 교회 역사 안에서 이를 위해 쇄신하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은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습니다. 어쩌면 지금 시도하고 있는 시노드 여정도 그러한 노력의 반복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초대 교회가 지향했던 사랑과 신뢰·상호 존중·경청·친교가 넘치는 교회 실현은 눈에 띌 만큼 분명히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다시 한 번 꿈을 꾸었으면 합니다.
상호 존중과 경청이 넘치는 교회를 꿈꾸며
교회 내에 영적 지도자를 양성하고 이들이 많아져 교회 안에 상호 존중하는 경청의 토대가 강화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보면 꿈같은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교회 내에서 영적인 차원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함께 걷는 교회 여정 안에서 도움이 시급하게 필요한 것도 분명한 현실입니다. 상황이 그러하다면 반드시 전문적인 영적 지도자를 통해서가 아니라 하더라도, 하느님 백성들이 열린 마음으로 서로 경청하고 자신 안에서 하느님께서 어떻게 활동하시는지를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문화가 교회 안에서 자리 잡기를 희망합니다. 시노드 정신은 하느님 백성들이 살아가는 구체적인 삶의 자리에서 언제나 실천될 것입니다.
한창현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