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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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처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심을 묵상합시다

[월간 꿈 CUM] 안성철 신부의 십자가의 길 묵상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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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구세주 예수님,
알몸으로 십자가에 못박혀 달리셨으니 
저희도 주님과 같이
몸과 마음을 희생제물로 봉헌하게 하소서.

예수님께서 지금 우리 죄를 대신해 희생 제물로 봉헌되십니다. 

다리와 손에 못이 쾅쾅 박힙니다. 피가 튀고…, 비명이 터져 나옵니다. 손과 발이 뚫리는 이때는 고통의 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묵상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훗날 부활하셨을 때, 손과 발에는 못 자국이 그대로 있었습니다. 가장 고통스러우셨던 그 모습 그대로 부활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으로 평생을 사신 분입니다. 아기 예수로 태어나셨을 때 얼마나 사랑스러우셨겠습니까. 제자들 앞에서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변모하실 때도 참으로 아름다우셨습니다.

“그들 앞에서 모습이 변하셨는데, 그분의 얼굴은 해처럼 빛나고 그분의 옷은 빛처럼 하얘졌다.”(마태 17,2)

그리고 오랜 병으로 고통 받는 이들을 치유해 주고 그들로부터 감사 인사를 받으셨을 때도 아름다운 모습이셨을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예수님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십자가에 못 박히셨던 순간,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셨던 그 순간입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셨듯이 벗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바치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기 때문입니다.(요한 15,13 참조)

이 말씀이 이뤄지는 것이 바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는 순간입니다. 우리를 벗으로 부르셨던 예수님은 우리 구원을 위하여 몸소 십자가에 매달리십니다.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영혼을 구할 수 없었기에 당신께서 몸소 피를 흘리셨습니다. 이처럼 십자가에 못 박히심을 자유의지로 받아들이시는 모습이야말로 사랑의 절정이며, 예수님 공생활을 통틀어 가장 아름다웠던 모습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의 모습이 못 박히신 모습인 이유는 그것이 가장 아름답고 완전한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부활했을 때의 모습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아마, 우리 각자의 삶 안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부활할 것입니다. 이웃을 위해 희생한 그 모습, 사랑을 실천한 모습, 하느님 나라를 위해 땀 흘린 그 모습으로 부활할 것입니다. 저 또한 일생을 통해 가장 하느님 뜻에 맞는 모습으로 부활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얼굴 표정이 바뀝니다.

아픈 이웃을 보듬는 손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마지막 날 부활할 때, 하느님은 그 아름다운 나를 껴안으실 것입니다.

그리고 “보시니 좋다”고 말씀하실 것입니다.
 


글 _ 안성철 신부 (마조리노, 성 바오로 수도회) 
삽화 _ 김 사무엘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4-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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