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이상과 희망이 넘치는 때 설렘 속에 맞선을 보았습니다. 평생의 배우자를 고르는 데 외모와 학벌보다 신앙심을 저울질하며 선택의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저는 전형적인 불교 가문에서 천주교로 개종하며 사랑의 일치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신앙생활을 돌이켜보면 부끄럽기 그지없습니다. 사랑하는 아녜스 손에 이끌려 주일 미사에 참여하는 게 전부입니다. 내세울 만한 건 고작 꾸르실료 교육, 메리지 엔카운터(ME) 주말 부부교육, 레지오 마리애, 공무원 가톨릭 신자 공동체 양업회 회장뿐입니다.
하지만 신앙심 돈독한 아녜스는 본당 일이라면 열일 제치고 앞장서왔습니다. 구역 반장, 성가대, 레지오 마리애, 성경 이어쓰기, 사회 자원봉사 등에 수범을 보여왔습니다. 그 무엇보다 가족부터 선교하고, 아들 요셉의 복사 입단 때엔 가슴이 더없이 뿌듯해 했습니다.
유년 시절, 진천본당과 봉명동본당 복사단 활동을 하고, 이후 믿음의 불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요셉은 한때 장래 희망이 신부였습니다. 요셉과 함께한 복사 단원 몇몇은 사제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요셉은 서울로 진학한 이후 사랑의 보금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요셉은 배우자와 외동딸·장인까지 선교하는 기쁨을 누리고 있습니다. 초등학생인 손녀 체칠리아는 서울 개포동본당 복사단에 입단하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아빠에 이은 내리 복사입니다. 체칠리아는 성당 다니는 즐거움과 재미에 더불어 신앙심의 아름다운 꽃망울을 맺고 있습니다.
할아버지·할머니에게 “복사 단원들과 용평리조트 썰매장을 간다”면서 자랑삼아 이야기합니다. 아이가 오갈 때마다 감사합니다. 인사하는 체칠리아를 보며 흐뭇한 보람과 행복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갈수록 더욱 흉해지는 이 세상, 후손의 훈육에 복사단만 한 공동체도 흔치 않음을 새삼 느낍니다.